제주 올레길을 걷다 쓴 사연을 1년 뒤 받아보면 어떤 느낌일까. 올레 7코스(외돌개∼월평마을) 해안인 서귀포시 대륜동 조그만 하천인 속골에 설치된 ‘스토리 우체통’에는 올레꾼들의 온갖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대륜동 주민자치위원회는 2010년 6월 외돌개와 법환포구 중간 지점에 이 우체통을 설치했다. 일주일에 한 차례 우편물을 수거해 주민센터에 보관했다가 1년 뒤에 발송하는 이색 우체통이다. 지금까지 3년 6개월 동안 2만1000여 통의 편지가 담기는 등 올레 탐방객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 우체통은 우정, 가족애, 지고지순, 대의, 미락원 등 5개의 주제로 빨간색 편지함이 만들어졌으며 파란색 편지함 1개는 보내지 못하는 사연을 담고 있다. 탐방객들은 올레길을 걸으면서 생긴 일과 갖가지 사연을 적어 1년 뒤 새로운 기분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이나 지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2011년 6월 처음 발송된 이후 1만6000여 명에게 편지가 보내졌다.
엽서 한 통을 보내는 데 330원의 비용이 들지만 우체통 밑에 마련된 ‘양심 요금함’을 통해 매달 10만∼20만 원의 발송 비용이 쌓인다. 지금까지 누적 모금액은 480만 원에 이른다. 오태욱 대륜동장은 “1년 뒤 편지를 받아보면 추억이 떠올라 각별한 감정을 느낄 거라는 생각에서 우체통을 설치했다”며 “당시 사연을 읽으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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