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발급 해 넘길 것” 예상 깨고… 경쟁체제 도입 ‘못박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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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20일째]
서승환 국토 “철도역사 새 이정표”… 코레일 “복귀거부자, 직원 아니다”
대규모 중징계사태 현실화 가능성

평행선 달리는 노사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철도 파업 19일째인 2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7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라며 철도노조에 ‘최후통첩’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명환 노조 위원장은 서울 중구 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수서발 KTX 면허 발급을 중단해야 파업을 끝낼 수 있다”고 맞섰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뉴시스
평행선 달리는 노사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철도 파업 19일째인 2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7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라며 철도노조에 ‘최후통첩’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명환 노조 위원장은 서울 중구 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수서발 KTX 면허 발급을 중단해야 파업을 끝낼 수 있다”고 맞섰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뉴시스
정부가 철도 파업의 도화선이 된 수서발 KTX 법인의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하면서 철도 파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부는 마침내 철도 부문의 경쟁체제가 도입됐다고 이번 면허 발급의 의미를 강조했다. 반면 철도노조는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7일 “밤 12시까지 돌아오지 않는 사람은 더이상 코레일 직원이 아니다”며 파업 중인 직원들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따라 사상 최대 규모의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레일은 18일에도 “19일 오전 9시까지 직장에 복귀하라”며 철도노조를 압박했지만 당시 현장에 복귀한 직원은 3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코레일은 ‘더이상 관용은 없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 ‘수서발 KTX’ 전격 면허 발급

정부는 27일 오후 10시경 수서발 KTX 운영회사에 대해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면허 발급이 해를 넘겨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만큼 철도 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했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대전지방법원은 이날 오후 9시경 코레일이 13일 신청한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법인 설립 등기를 발급했다.

면허 발급이 이뤄진 직후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 브리핑을 통해 “철도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오늘 수서발 KTX 운영 면허가 발급돼 드디어 철도 경쟁 시대가 열렸다”며 “이것은 독점을 유지하면서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국민에게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국민 혈세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코레일에 수서고속철도회사 임시사무실을 꾸리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공부문 자금 투자 유치와 인력 선발, 교육 훈련, 철도차량 도입 등 영업 준비를 본격 진행할 계획이다.

수서에서 평택을 거쳐 부산과 목포까지 가는 수서발 KTX는 2015년 말 개통 예정이다. 코레일이 41%의 지분을 갖고 나머지 59%는 공공자금을 유치해 매각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철도요금은 서울역 대비 평균 10%를 할인해 책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그동안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은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민영화 전초 단계라며 법인 설립 계획 철회를 주장해왔다.

○ 무더기 처벌 현실화되나

정부의 면허 발급과 코레일의 최후통첩으로 이번 철도 파업이 대규모 중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레일은 9일 파업 시작과 동시에 참여자 전원을 직위해제하는 한편 노조 간부 145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한다. 사장이 직장 복귀 명령을 내린 만큼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파업 참여자 전원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측은 파업 참여자들의 해고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9일 파업 이후 27일까지 19일 동안 파업에 참여하면서 무단결근을 한 만큼 해고 등 중징계 사유가 성립된다는 주장이다.

역대 철도 파업 중 처벌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2009년 파업이다. 당시 코레일은 20명을 파면하고 149명을 해임했으며 407명을 정직 조치했다. 이 외에 파업 참가자 1만1012명이 전원 경징계를 받았다. 이번 파업에는 27일 현재 7600여 명이 복귀하지 않고 있어 파면·해임 등 중징계 대상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들이 복귀하지 않더라도 대체인력 충원을 통해 대처할 계획이다. 26일 코레일이 기관사 380명, 승무원 280명 등 대체인력 660명 선발 작업에 착수한 지 이틀 만에 철도차량 면허 소지자 등 700여 명이 지원했다.

한편 코레일이 최후통첩이라는 ‘강공’에 나서자 그동안 22명(복귀율 0.8%)에 그쳤던 파업 복귀자의 수도 늘어났다. 코레일에 따르면 27일 오후 9시 30분 현재 기관사 47명이 업무에 복귀하는 등 150여 명이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대전=이기진 기자
#철도파업#서승환#코레일#최연혜#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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