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가스공사 수자원공사 등 정부가 개혁의 핵심 대상으로 지목한 12개 기관은 “정부 사업을 추진하다 부채가 늘었을 뿐 경영을 방만하게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앞으로 공공기관을 이용해 무리한 국책 사업을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부채가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은 전체 295개 기관 중 12개 대형 기관의 빚이 급속도로 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LH 한국전력 가스공사 도로공사 석유공사 철도공사 수자원공사 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철도시설공단 장학재단 예금보험공사 등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이 2008년 말 164%에서 2012년 말 324%로 급증해 정상적인 경영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빚더미 공공기관으로 꼽힌 12개 기관은 이런 지적에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LH는 2003∼2007년 연평균 부채가 27%씩 늘어 전체 공공기관 중 빚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임대주택 건설,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 과거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를 추진하느라 생긴 빚이라고 항변한다. 수자원공사는 2009년 시작된 경인아라뱃길 사업,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부채가 급증했다. 광물자원공사도 해외 자원 개발이 필요하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외부 차입을 통해 해외 광산에 투자하면서 부채가 늘었다.
또 예금보험공사는 2008년 이후 대규모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예보채를 발행했고, 장학재단은 학자금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증가했다. ‘본업’에 충실할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인 만큼 개혁 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예보와 장학재단은 별도 기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들은 부채 규모를 키운 장본인이 정부인 만큼 정부 스스로 바뀌겠다는 선언을 해야 실질적인 개혁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많이 수행하는 한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는 “국가 사업을 공공기관을 통해 추진해 놓고 이제 와서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부채를 해결하라고 하니 설득력이 떨어진다”라고 비판했다.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관계자는 “앞으로는 공공 부채로 추진하는 사업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점을 정부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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