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철도노조 귀족이면 국민 절대다수 ‘천민’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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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31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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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동아일보 DB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동아일보 DB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철도노조 파업을 불러온 수서발 KTX자회사와 관련해 "만약 이것이 언젠가 이 자회사를 민영화 또는 사유화(privatization)하기 위한 예비 작업이라면 이는 '차악'을 버리고 '최악'을 선택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30일 자신의 팬카페 '시민광장'에 올린 새해 인사에서 이번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시사평론가'로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철도를 공기업으로 두는 이유에 대해 '자연 독점(natural monopoly)'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철도, 상수도, 통신 같은 망산업(網産業)은 복수의 공급자가 나타나기도 어렵지만, 나타난다고 해도 소위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때문에 결국 강자가 약자를 모두 집어삼켜 독점으로 귀착된다"며 "민간독점이 출현하면 최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소비자인 국민을 '착취'해 시장은 기능을 상실한다. 이것이 '최악의 사태'인데 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차악의 선택'이 국가가 운영하는 독점기업이다. 코레일이 바로 그런 독점 공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처럼 국가도 실패할 수 있기에 이것은 '최선'이 아닌 '차악의 선택'이라고 부연했다.

유 전 장관은 이번 철도노조 파업을 대하는 국민 여론과 관련해 "철도파업에 대한 반대가 찬성보다 더 많고, 정부의 강경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반대가 찬성보다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면서 코레일을 더 합리적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정부가 그러한 국민의 뜻을 실현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수서발 KTX 자회사를 만드는 것은 합리적 방안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서발 KTX만을 떼 내어 만든 자회사는 도대체 누구와 경쟁하나? 경쟁상대가 없다"며 "수서발 KTX가 운행을 시작하면 코레일은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경부선과 호남선 KTX를 타던 승객을 자회사에 빼앗겨 더 큰 적자를 내게 될 것이다. 수많은 적자노선을 가진 코레일과 흑자노선 하나만 가진 자회사를 경쟁시킨다는 발상 자체를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굳이 내부경쟁을 시키려고 한다면 코레일 내부에 흑자노선과 적자노선을 균형 있게 결합한 복수의 사업단위를 형성해, 그 사업단위의 경영 합리성과 효율성을 경영실적과 승객 만족도 등의 지표를 활용해 비교 평가하는 게 더 좋은 방안일 것"이라며 "그렇게 한다면 철도 민영화 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귀족노조' 논란과 관련해선 평균 근속연수가 19년이 넘는 코레일 직원의 평균 연봉 6300만 원을 두고 귀족노조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4인 가족을 둔 40대 중반(19년 근속)의 홑벌이 가장이라고 가정하고 대한민국 국민소득 2만 4000달러를 적용해 이 가구의 1년 소득을 단순 계산하면 9만 6000달러(약 1억 원)라고 밝혔다.

이어 "19년을 근속한 코레일 소속 홑벌이 가장의 연봉 6300만원은 그 절반보다 조금 많다"며 "4인 가족 평균 국민소득의 약 절반을 연봉으로 받는데, 그 사람을 '귀족노동자'라고 하는 게 타당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만약 배우자가 그만큼 더 번다면 그 가족은 국민소득 평균만큼 번다. 하지만 그래도 '귀족'은 절대 아니다"며 "이게 귀족이라면 대한민국 국민 절대다수는 '양민'이 아니라 '천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정부 관계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면서 "그런데도 계속 '귀족노조'라고 하는 것은 안정되고 괜찮은 일자리를 가진 코레일 노동자들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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