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섬 결식아동 위해 ‘희망 배달’ 결석할 순 없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전남 신안지역 결식아동 361명에 자원봉사자 50여명 부식 배달 훈훈
거리 멀어 車유류비 자비 충당도

전남 신안군 지도읍 지도중앙교회 신도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지난해 지도지역 결식아동들에게 부식을 배달하고 있다. 지도중앙교회 제공
전남 신안군 지도읍 지도중앙교회 신도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지난해 지도지역 결식아동들에게 부식을 배달하고 있다. 지도중앙교회 제공
“섬 지역의 결식 위기 아동에게 희망을 전달합니다.”

전남지역 결식 위기 아동은 1만8412명(2013년 8월 기준). 이들은 방학 동안 부식과 도시락 배달, 지역아동센터·식당·학교급식소 급식 등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전남지역 섬 296곳에 사는 결식아동들은 형편이 더 열악하다. 특히 신안은 유인도가 72개나 돼 여건이 더 나쁜 상황. 신안지역 결식아동 361명에게 부식을 배달하는 자원봉사자 50여 명은 희망을 전달하는 숨은 손과 발이다.

신안군 압해읍의 결식 위기 아동은 70명 정도. 이곳에 사는 김모 씨(43)는 2007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7년간 결식 위기 아동들에게 부식을 전했다. 그는 학기 중에는 한 달에 1∼2번꼴로, 방학 중에는 한 달에 4번 정도 부식을 배달했다.

2008년 압해대교가 연결되기 전까지 압해도는 섬이었다. 압해도는 면적 49km², 해안선 길이 81km로 제법 큰 섬. 하지만 대부분 결식 위기 아동들의 집은 섬의 끝자락에 흩어져 있어 김 씨가 아이들에게 부식을 모두 배달하려면 이틀 정도가 걸렸다.

김 씨는 압해대교가 완공되기 전에는 목포에 있는 대형 식료품 가게에서 김, 참치 캔, 햄, 과일 등을 구입해 전달했다. 2011년부터는 쌀, 라면 등을 부식으로 공급하지 말라는 지침에 따라 영양가 있는 식료품으로 대체했다. 그는 “추석, 설 명절 때는 돼지갈비 등 끼니당 3000원인 급식비 한도 안에서 영양가 있고 저렴한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6, 7년 전 부식을 건네받던 아동들이 성인이 돼 반갑게 인사를 할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압해읍 사회복지사가 결식아동 부식 배달 업무를 맡기로 해 자원봉사 활동을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김 씨는 사회복지사의 일손이 달리는 만큼 일부 결식아동들에게 부식을 전달하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신안군 지도읍 자원봉사자 6명도 2006년부터 지도지역 결식아동 50여 명에게 부식 배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도중앙교회 신도. 결식아동의 부식을 배달하면서 위기에 놓인 가정을 찾아 지원을 받도록 돕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신행권 씨(45)는 “아이들은 피자, 통닭, 돈가스 등을 먹고 싶어 하지만 섬 여건상 힘들다”며 “귤, 계란 등을 구입하다 보면 늘 급식비가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서남해 끝자락에 위치한 신안군 흑산면은 흑산도를 비롯해 8개 섬에 결식아동 34명이 흩어져 살고 있다. 자원봉사자 2, 3명이 결식아동들에게 필요한 식료품을 구입하고 배달하는 일을 돕고 있다. 결식아동 2명이 사는 흑산면 영산도의 경우 포장된 부식을 어선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같은 군 임자면, 장산면에서는 주부들이 결식아동 45명에게 부식을 전하고 있다. 임자면의 주부 김현화 씨는 “급식비는 적고 물가는 비싸 전달할 부식이 적어 가슴 아플 때가 많다”며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식 배달 자원봉사자들의 고민 중 하나는 자원봉사를 할 때 들어가는 차량 유류비다. 먼 거리를 배달하다 보니 기름값이 많이 든다. 현행 규정은 결식아동 급식비에서 일정 비율로 자원봉사 차량 유류비용을 공제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급식을 조금이라도 더 해주고 싶어 자비를 쓰기도 한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결식 위기 아동#자원봉사자#도시락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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