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도로 분신 사망’ 놓고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진보단체 “정권 항거한 열사”… 일각 “정치적 이용 말라”
유족 “빚 독촉에 힘들어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한 이모 씨(40)가 1일 오전 7시 55분경 숨졌다. 이 씨는 전날 오후 5시 35분경 고가도로에 승합차를 세운 뒤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병원 치료를 받다가 하루 만에 사망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수첩에는 동생에게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 ‘짐을 지우고 가 미안하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또 뒷부분에는 ‘안녕하십니까’란 제목으로 17줄 분량의 정부 비판 글도 있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 씨가 분신 전날 자신의 보험 수급자를 동생으로 바꿨고 휘발유 통과 앰프, 압축한 연료용 톱밥 등을 준비한 점으로 미뤄 분신을 미리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의 동생은 경찰에서 “형이 신용불량 상황에 빚 독촉으로 평소 힘들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가 특정 단체나 노조에 소속된 것은 아니고, 부채와 어머니의 병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분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1일 오후 경찰 조사를 받은 이 씨의 형은 “신용불량인 건 맞지만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힘들어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민족민주열사추모단체와 진보연대, 예수살기 등 단체들은 “이 씨의 분신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에 항거한 것”이라며 ‘민주투사 이모 열사 시민장’(가칭)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유족들 설득에 나섰다. 또 배우 문성근 씨는 이날 오후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몸에 불을 붙이고 돌아가신 고 이모 열사…’로 시작하는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이 씨의 분신을 놓고 “고인의 뜻을 받들어 정권퇴진 투쟁에 나서자”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등의 글이 오르며 논란이 일고 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서울역#고가도로 분신#정권퇴진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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