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인 1일 오후 5시. 대전 중구 계백로 CGV영화관에서 영화 ‘변호인’이 끝난 뒤 엔딩 크레디트에 염홍철 대전시장, 한선희 대전시 과학문화산업본부장, 이효정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 등이 등장했다. ‘촬영 협조자’들이었다. 일부 관객은 “왜 저분들이 등장하지…”라며 의아해 했다.
배우 송강호가 불법 고문을 당하는 학생의 변호사로 등장하는 ‘변호인’은 개봉한 지 14일 만에 6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지난해 한국 영화 중 최다 관객(1280만 명)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이 19일 만에 600만 명을 돌파한 기록을 깬 것. 1000만 관중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코믹과 감동을 담았다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상당 부분이 대전에서 촬영됐다는 점이다.
○ 영화, 대전에서 촬영하면 대박?
교도소에서 일어난 흉악범들의 웃음과 감동 사연을 그린 ‘7번방의 눈물’은 영화 촬영분의 70%가 대전에서 촬영됐다. 흉악범들이 수감돼 있던 곳은 대전영화촬영스튜디오(유성구)였다. 또 병원은 대전보훈병원(대덕구)과 월평동(서구), 대흥동(중구) 등지에서 촬영됐다.
‘변호인’ 역시 지난해 4월 9일부터 29일까지 대전에서 촬영됐다. 송 변호사(송강호 분)가 군사정권의 부당한 공권력과 용공 조작을 온몸으로 저항하며 진우의 무죄를 주장했던 법정은 바로 중구 옛 충남도청 건물이다. 선배 변호사에게서 형량 협상 제안을 받거나, 부산신보에 다니는 친구의 위안을 받던 곳 등도 모두 충남도청 안이다.
강 검사 사무실과 판사 사무실 역시 대덕구 한남대에서 촬영됐다. 송 변호사 사무실은 동구에 있는 빈 사무실이 활용됐다. 이 밖에 고문 경감 차동영이 임명장을 받던 곳(대전마케팅공사), 진우가 학습을 하고 도주하다 붙잡힌 곳(동구), 세무사들이 시위했던 곳도 대전으로 모두 14개 장면이 촬영됐다.
대전에서의 영화 촬영은 지난해에만도 모두 20여 개. 최근에는 김아중과 주원이 주연을 맡고 이현종 감독이 연출하는 ‘캐치미’를 비롯해 ‘협녀’(주연 이병헌·전도연, 감독 박흥식)와 ‘빅매치’(주연 이정재·신하균·보아, 감독 최호)도 옛 충남지방경찰청 등지에서 촬영되고 있다.
○ 대전을 드라마, 영화 촬영의 메카로
대전시와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은 대전을 드라마와 영화 촬영의 메카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지원 조례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촬영 지원 요청이 오면 사전 심사를 거쳐 사전, 사후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대 흥행을 기록한 ‘7번방의 선물’의 경우 사전 1억2000만, 사후 2000만 원이 지원됐다. 다만 ‘변호인’의 경우 사전 제작비 신청 대상이 되지 않아 사후에 2235만 원만 지원됐다.
한선희 대전시 과학문화산업본부장은 “대전이 지리적 여건뿐만 아니라 촬영과 관련한 각종 시설, 기술 등의 여건 때문에 촬영 1순위 지역으로 떠올랐다”며 “자치단체가 드라마나 영화에 예산을 지원한 사례는 많지만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한 건 대전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영화가 촬영된 장소는 팬들의 재방문지로 꼽히기도 한다. ‘변호인’ 촬영지인 옛 충남도청과 충남경찰청 건물은 영화 팬들이 자주 찾고 있다고 한다.
이효정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은 “영화인들 사이에서 ‘대전이 영화 찍기 좋다’는 얘기가 돌면서 촬영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HD타운 등이 들어서면 대전은 영화와 드라마산업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대전시는 올해 엑스포과학공원에 고화질(HD) 드라마타운 설립을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HD드라마타운은 웬만한 체육관 5개 크기의 스튜디오 5개 동과 특수세트장 야외촬영장을 갖추고 있으며 2015년 완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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