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자살예방센터 상담원 19명… 극단적 선택 막기위해 혼신의 설득
센터 출범후 광주 자살률 감소세
“자살을 시도했던 10명 중 8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던 것을 후회합니다. ‘위기의 시간을 넘긴 뒤에 보니 열심히 사는 게 더 의미 있더라’고 입을 모으더군요.”
광주자살예방센터 상담원 19명은 독버섯처럼 퍼지는 자살과 24시간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설득한다. 상담원 이모 씨(48·여)는 지난해 7월 8일 오전 5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만취한 A 씨는 “집에 가스를 틀어놓았다. 라이터를 켜 자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A 씨에게 얘기를 더 하자며 진정시키려 애썼다. 20대 가장인 A 씨는 “동거녀가 부부싸움을 한 뒤 애들을 데리고 가출했다”며 괴로워했다. 어려서도 홀로 자란 A 씨는 가정과 직장문제로 고민하다 사흘 전에도 자살을 시도하려다 실패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씨는 A 씨를 위로하는 한편으로 가스 폭발의 가능성을 우려해 119소방대와 경찰에 연락했다.
그러나 A 씨가 경찰에 대해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드러낸 게 문제였다. 그는 “교통사고를 낸 적이 있어 경찰을 보면 두렵다”며 “내 눈에 경찰이 보이면 바로 자살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 통화 내용을 119와 경찰에 그대로 전했다. 상담원들은 야간에 광주 소방안전본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119와 경찰과의 합동 대처가 가능했다. 그런 덕분에 사복 경찰관이 A 씨 아파트 복도에 있는 가스배관 밸브를 신속히 잠갔고 119소방대원들은 구조차를 준비하고 바닥에 매트리스를 설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광주는 자살예방센터 상담원이 현장 출동까지 겸하고 있어 이 씨도 A 씨 집으로 찾아갔다. 집 안에 들어갔을 때 A 씨는 술에 만취해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집 안은 가스 냄새로 가득했다. 이 씨는 A 씨를 설득해 라이터를 빼앗고 창문을 열어 가스를 배출시켰다. 이후 연락을 받은 A 씨 친척들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오전 7시경 자살 시도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 씨는 1시간 반 동안 A 씨를 설득하고 소방대 등에 신속하게 연락을 취하면서 한 생명과 아파트 주민의 안전까지 지킬 수 있었다.
자살을 막기 위해 마련된 광주자살예방센터는 2012년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소속이 아닌 독립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를 운영한 뒤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광주지역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11년 26.5명에서 2012년 25.4명으로 줄었다. 2012년 전국 자살률은 28.1명.
자살예방센터에서 지난해 상담한 4540건 중 1309건(지난해 12월 13일 기준)이 자살 상담이었다. 출동 건수도 132건에 달한다. 하루 야간 자살 상담 건수는 2010년 0.3건에서 지난해 6.6건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한 상담원은 “이제 자살은 더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내 가족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주위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위기 징후를 구분해 자살을 예방하는 생명사랑 지킴이 3477명을 양성했다. 시는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및 모니터링을 실시해 지역에서 생명사랑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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