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개인정보 불법유출 과정에 청와대 행정관에 이어 국가정보원 직원이 연루된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 검찰이 채 전 총장 사퇴 직후인 지난해 9월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이후 국정원 직원의 이름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앞서 청와대에 이어 국정원마저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검찰이 만약 실체 규명에 실패한다면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국정원 직원이 학적부 조회 부탁”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장영수)는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 군의 학교생활기록부 정보를 불법 유출한 혐의로 유영환 서울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지난해 12월 소환 조사했다. 유 교육장은 검찰에서 “지난해 6월경 강남교육지원청을 담당하는 국정원 정보관 송모 씨로부터 ‘학적부상 관내 초등학교에 다니는 채 군 아버지 이름이 검찰총장과 같은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교육장은 송 씨의 부탁을 받고, 채 군이 다니던 초등학교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고 한다.
검찰은 송 씨가 유 교육장에게 채 군의 신상정보를 문의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오영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이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채 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을 요청했던 지난해 6월 11일과 비슷한 시기로 알려졌기 때문. 당시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을 적용할지 등을 놓고 채 전 총장이 청와대, 국정원 등과 갈등을 겪던 시기였다.
검찰은 유 교육장에게 학적부 열람을 부탁한 경위와 이를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 등을 밝히기 위해 송 씨의 소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송 씨가 채 전 총장 혼외아들 소문을 듣고 유 교육장에게 사실인지를 개인적으로 문의했으나 유 교육장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며 불법 정보 취득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 조오영 영장 기각과 오락가락 진술로 난관
당초 검찰 수사는 채 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 과정에서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 파견근무를 했던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조오영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의 이름이 나오면서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조 전 행정관의 구속영장이 지난해 12월 17일 기각된 데다 조 전 행정관이 자신에게 정보조회를 요구한 윗선을 수시로 바꿨다. 조 전 행정관은 처음엔 친분이 있는 안전행정부 김모 국장을 지목했다가 나중에 신모 전 대통령민정수석실 비서관으로 번복했다. 두 사람 모두 야권으로부터 배후 의혹으로 지목된 현 정권 인사가 아닌 전 정권 인사였다. 검찰은 조 전 행정관을 통한 수사가 벽에 부닥치자 가족관계등록부 외에 학교생활기록부와 채 군의 항공권 발권기록 등 세 갈래로 나눠 정보 유출 경로를 추적했다. 배후가 있다면 채 군에 대한 세 가지 정보를 누군가가 모두 모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 검찰은 채 군의 미국행 항공권 발권 기록을 조회한 항공사 직원과 이 직원에게 조회를 요구한 인물도 주목하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라”고 수사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정원 등 연루인물이 소속된 기관이 강제수사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관련자들도 수사에 비협조적이다. “벽이 정말 높고 민감한 수사”라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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