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토리니.’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은 집과 알록달록 슬래브 지붕으로 독특한 풍광을 그려내는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붙인 이름이다. 산토리니는 그리스 지중해의 섬으로 비탈 위로 조그만 집들이 이어져 있는 유명 관광지다.
도심 속 오지나 다름없던 이곳에 지난해 외국인 3만1244명을 포함해 총 30만4992명이 다녀갔다. 관광객이 마을 인구(9677명)의 30배를 넘을 정도로 ‘대박’이었다.
이곳 방문객은 2011년 2만5000명(외국인 1500명), 2012년 9만8348명(외국인 3000명)이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지난해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마을 안내소인 하늘마루와 작은박물관, 아트숍, 감내어울터에서 지난해 판매된 마을지도만도 8만7600부였다.
6·25전쟁 당시 피란민의 거주지였던 이 마을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동아대 학생들이 자원봉사로 마을 벽화를 그리면서부터. 부산시와 사하구는 2009년 실핏줄처럼 뒤엉킨 좁은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등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마을미술 프로젝트와 콘텐츠융합형 관광협력사업,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진행했다.
신무경 작가의 달콤한 민들레의 속삭임, 박경석 작가의 꿈꾸는 물고기 등 10여 점의 공간조형물이 골목 어귀에 자리 잡았다. 초등학교와 상가, 산사로 가는 길 옹벽에는 지역 작가들이 그린 벽화 20여 점이 운치를 더한다. 마을에 들어선 예술작품만 34점에 이른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는 사진 및 낙서갤러리와 작은박물관, 하늘마루, 어둠의 집(별자리 관찰), 카페와 맛집, 골목길 투어 안내소가 들어섰다. 생태 카툰·서양화·염색·도자기 작가들의 작업장 겸 체험공방도 마련됐다. 빈집을 활용한 예술 공간도 16곳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감내어울터에는 조각상도 설치됐다.
주민 참여도 적극적이다. 마을 주민 25명으로 구성된 ‘기자단’은 한 달에 한 번 4페이지 타블로이드판 감천문화마을신문을 만들어 마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감칠맛 나게 전하고 있다. 마을주민협의회에서는 커피숍과 맛집, 안내소를 운영하는 등 일자리도 만들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창조도시 문화마을이 탄생한 것이다.
올해는 한국 대표 건축가인 승효상 씨를 포함해 4명의 국내외 건축가가 빈집을 활용한 예술창작공간 조성사업에 들어간다. 또 행정지원센터와 감천 비즈니스센터 건립도 추진된다. 이경훈 사하구청장은 “관광객과 마을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한국 대표 관광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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