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고통겪은 20명 탐사보도 반향… 경비함 근무 2879명 우선 실시
치료-보호 체계적 관리방안 마련… 경찰청도 트라우마센터 2곳 신설
해양경찰청이 모든 해양경찰관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Post Traumatic Stress Syndrome)’ 위험성을 검사한다. 경찰청은 현재 1곳뿐인 ‘경찰 트라우마 센터’를 올해 안에 3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동아일보가 6일자 A1∼5면을 통해 국내 MIU(소방관 경찰 군인 등 제복을 입은 공직자)의 PTSS 실태를 탐사기획으로 집중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6일 오전 간부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2월부터 경비함 근무자를 비롯한 8500여 명의 모든 해양경찰관을 대상으로 PTSS 검사를 실시해 적절한 치료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PTSS 전문 치료센터와 협약을 맺고 △현재 경비함 근무자를 포함한 모든 해경 근무자를 대상으로 PTSS 검사를 실시해 △PTSS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민간 병원의 전문의로부터 진료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지난해 해경이 동국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해양경찰관 4564명을 대상으로 복지 실태를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약 60%가 해상에서 일어난 조난 선박 구조 작업이나 중국 어선 나포 작전 등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해 불면증과 우울증, 슬픔, 의욕상실 등과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 해양경찰관 148명이 잦은 공포감과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증세를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해경은 우선적으로 경비함 303척에 근무하는 경찰관 2879명에 대한 PTSS 검사를 하고 파출소 및 출장소(1681명)와 육상 근무자(3960명) 등으로 검사 대상을 확대해 모든 해경 직원의 PTSS 위험 실태를 파악할 방침이다. 특히 중국 어선 단속 과정에서 선원들이 흉기를 휘두르는 등 격렬하게 저항하거나 경찰관이 1명이라도 부상을 입을 경우 경비함이 귀항하면 모든 함정 요원이 PTSS 검사와 치료를 받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청장은 “해상에서는 육지보다 심각한 사건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정신적 외상을 입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경찰관이 트라우마에 시달릴 경우 가족들도 정신적 문제를 겪을 개연성이 높아 모든 직원에 대한 PTSS 검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2012년 PTSS와 대인기피증을 진단받아 휴직한 뒤 최근 인천 지역으로 복직한 임수현(가명·40) 경장을 7일 찾아가 위로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운영 중인 PTSS 전문 치료소인 ‘경찰 트라우마 센터’를 올해 안으로 지방 2곳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진료를 받고 싶어도 거리가 멀어 선뜻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찰관을 위해 지역 거점 병원과 협약을 맺어 중부권(충청)과 남부권(영호남)에 1곳씩 설치한다는 목표다. 경찰 관계자는 “PTSS의 원인을 밝히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단순히 치료뿐 아니라 연구 기능까지 포함하는 ‘PTSS 전문 센터’를 2017년경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MIU의 PTSS를 치료하기 위한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국민을 대신해 현장에서 생명을 걸고 헌신하다가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 MIU들을 위해 경찰,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기본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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