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동아일보-채널A 공동 연중기획]
좋은말-나쁜말 쓰는 두 그룹 블록만들기 실험해보니
나쁜 말은 아이의 성격과 사회성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특별취재팀은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팀과 함께 나쁜 말과 좋은 말이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에게 어떤 심리학적 의미를 가지는지 밝히기 위해 5일 오전 서울대에서 두 가지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에선 아이들을 4명씩 A, B의 두 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은 욕설 등 나쁜 말을 쓰는 빈도가 높다고 답한 쪽, B그룹은 상대적으로 덜한 쪽이었다. 이들에게 그림을 보여준 뒤 5분의 제한시간 동안 장난감 블록으로 그림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라고 했다. 결과부터 차이가 났다. 모형 완성에 걸린 시간이 A그룹은 1분 33초, B그룹은 1분 11초. 욕설을 쓰는 빈도가 적은 B그룹이 빨랐다.
모형을 만드는 과정에선 훨씬 더 차이점이 보였다. A그룹 아이들은 소통에서부터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생산적인 대화가 거의 없었다. 대신 “빨리 해”, “아 씨”, “여기 있잖아” 등 팀원을 다그치거나 짜증내고 나무라는 수준의 말이 대부분이었다. 조교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일단 블록에 손부터 대고 보는 등 충동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반면 B그룹은 과정 내내 웃으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대화 내용도 “네 차례야”, “나 좋은 생각이 났어”, “다시 해보자”는 등 의견을 묻고 경청하고 긍정적인, 그리고 생산적인 내용이 더 많았다. 단답형 말이 주를 이루는 A그룹과 달리 비교적 차분한 말투로 논리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곽 교수는 “감정적으로 미성숙한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욕설 등에 자주 노출되면 전략과 계획을 세우기보다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감정에 기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실험은 성인(20명)과 아동(19명)으로 그룹을 나눴다. 캄캄한 실험실 정면 스크린에 부정적인 말과 긍정적인 말을 섞어 한 번에 3개씩 2초 간격으로 각각의 그룹에 총 15회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를 보고 난 뒤 기억나는 단어를 모두 기록하게 했다. 부정적인 말은 ‘실패, 바보, 패자, 쓰레기, 멍청이, 한심한’ 등, 긍정적인 말은 ‘생일, 친절한, 웃음, 평화, 행운, 성공’ 등으로 각각 15개씩 주어졌다.
실험 결과 아동이 성인에 비해 긍정어에는 둔감하고, 부정어에는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성인은 평균적으로 부정어 3.55개, 긍정어 2.6개를 기억해냈다. 반면 아동은 부정어 4.17개, 긍정어 2.33개를 기억해냈다. 특히 아동들은 부정어의 ‘부정적인 수준’에 대한 인식에서 성인보다 훨씬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곽 교수는 “아이들은 자극이 강할수록 민감하게 반응하고 스펀지처럼 그 자극을 기억에 저장한다. 또 욕설 등 나쁜 말로 인한 상처가 깊고 그 흉터가 오래 지속되는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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