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괴산 ‘산막이 옛길’ 작년 140만명이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2년연속 방문객 100만명 넘어서

충북 괴산군에 있는 숲 속 자연의 보고인 ‘산막이 옛길’ 풍경. 1957년 순수 우리 기술로 최초 준공한 괴산댐호수와 어우러지며 한국의 자연미를 보여주고 있다. 괴산군 제공
충북 괴산군에 있는 숲 속 자연의 보고인 ‘산막이 옛길’ 풍경. 1957년 순수 우리 기술로 최초 준공한 괴산댐호수와 어우러지며 한국의 자연미를 보여주고 있다. 괴산군 제공
“말로만 듣던 산막이 옛길을 직접 와 걸어 보니 듣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네요. 호수와 산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데다 유람선까지 탈 수 있어 전국적인 명소가 될 만하네요.”

충북 괴산의 명소인 ‘산막이 옛길’을 최근 친구들과 다녀온 이정규 씨(43·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는 “눈 쌓인 겨울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국에 길 걷기 열풍이 불던 2009년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생긴 ‘산막이 옛길’이 2년 연속 방문객 100만 명을 넘어서며 제주의 올레길 못지않은 명품 걷기 길로 떠올랐다. 7일 괴산군에 따르면 지난해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모두 140만2252명으로 2012년(130만2775명)보다 10만 명 가까이 늘었다. 월평균 12만 명이 이곳을 찾고 있는 셈이다. 단풍철 등 성수기 주말에는 100여 대의 관광버스와 수백 대의 승용차가 몰려 주차장은 물론 인근 도로까지 북적일 정도다.

방문객이 늘면서 지역에 미치는 경제 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지난해 주차장 사용료 1억8000여만 원과 유람선 이용료 11억1600여만 원 등 13억 원이 넘는 직접 수입을 올렸다. 여기에다 주변 음식점과 농특산물 판매장, 숙박업소 등 지역 경제 파급 효과는 150억 원이 넘는 것으로 괴산군은 추정하고 있다.

명성을 얻으면서 최근에는 이곳의 성공 사례를 배우기 위해 외국에서도 다녀갔다. 충북도와 자매결연을 한 베트남 빈푹 성 대표단 10명은 지난해 12월 27일 이곳을 찾았다. ‘새 농촌 모형 건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의 성공 사례를 통해 베트남의 새 농촌 건설 표본을 삼기 위한 것. 대표단장 격인 응우옌응억탄 빈푹 성 농업농촌개발국 부국장은 “자연이 빚은 비경에다 스토리텔링을 더해 명소로 이름을 얻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밝혔다. 이들을 안내한 김청일 농촌개발계 주무관은 “관(官)과 민(民)이 힘을 모아 이런 사업을 추진하고 성공시켰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타 지자체들이 성공한 농촌 개발 사례로 이곳을 꼽고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찾고 있다.

개발 성공은 정부에서도 인정했다. 산막이 옛길을 주 내용으로 하는 ‘괴산 갈은 권역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이 ‘2010년 대한민국 농어촌마을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것. 괴산군 관계자는 “산막이 옛길은 사계절 변신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우리나라 최고 명품길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산막이 옛길은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산막이 마을까지 4km에 조성됐다. 평균 너비 2m의 산막이 옛길은 시멘트 길과 흙길, 나무받침(덱) 길로 돼 있는데 나무받침 길이 주를 이룬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살아 있는 자연미를 그대로 보여 주기 위해 친환경 공법으로 나무받침 길을 만들었다. 또 괴산호를 따라 고인돌 쉼터, 연리지, 소나무 동산, 정사목, 망세루, 호수 전망대, 물레방아 등 26개의 스토리텔링으로 꾸몄다. 산막이는 ‘산의 마지막’, ‘산으로 가로막혔다’는 뜻이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피해 산속으로 들어갔던 피란민들이 산에 막혀 더 가지 못하고 머무른 데서 이런 이름을 붙었다.

걷기가 성에 차지 않으면 산막이 옛길을 둘러싼 등잔봉에 오르는 것도 좋다. 1코스는 노루샘∼등잔봉(해발 450m)∼한반도 전망대∼천장봉∼산막이 마을까지 4.4km이며, 2코스는 노루샘∼등잔봉∼한반도 전망대∼천장봉∼진달래 동산 간의 2.9km이다. 정상인 등잔봉에 오르면 한반도를 빼닮은 지형과 괴산댐, 군자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등잔봉은 옛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위해 어머니가 등잔불을 켜 놓고 100일간 치성을 올렸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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