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주상복합 허가 놓고 시행사-주민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부산진구 20층 3개동 건축 허가… 주민들 “통보도 없이 일조권 침해”
시행사 “주민 불편 최소화 노력”

부산진구 당감동 온종합병원 뒤 단독주택지 일대 주민들이 아파트 건설을 중단하라며 공사 차량 진입을 막은 채 반발하고 있다. 이곳에는 최근 지하 2층, 지상 20층 아파트 3개 동 건축 허가가 났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진구 당감동 온종합병원 뒤 단독주택지 일대 주민들이 아파트 건설을 중단하라며 공사 차량 진입을 막은 채 반발하고 있다. 이곳에는 최근 지하 2층, 지상 20층 아파트 3개 동 건축 허가가 났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1, 2층짜리 단독주택이 밀집한 마을 한가운데 20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건축허가가 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부산 도시철도 2호선 부암역과 가야역 사이 온종합병원 뒤쪽 부산진구 가야대로 689-6(당감동 818-53) 일대. 이곳 주민 100여 명은 2일 갑자기 마을 입구에 중장비가 들어오자 진입을 막고 공사 중지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20∼30명씩 조를 짜 24시간 대치하고 있다.

부산진구는 지난해 12월 5일 이 일대 45필지 3887m²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는 수근종합건설㈜에 건축허가를 내줬다. 수근종건은 지하 2층, 지상 20층(높이 56.6m) 3개동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아파트는 288채, 오피스텔은 35채다. 이달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6년경 완공할 예정이다. 현재는 매입한 주택에 대한 석면 조사와 함께 창호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근종건은 노후 단독주택이 밀집한 이곳에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1년 전부터 100억 원을 들여 골목길 안쪽 40여 채의 집을 사들인 뒤 건축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지역 바깥쪽에 있는 50여 가구 주민 100여 명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공사가 시작되고서야 알게 된 것. 이곳 주민은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인 데다 저소득층 가구다. 공사 지역과 인접한 24가구는 서명을 받아 6일 부산진구에 공사 중지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구청이나 시행사 측이 공사 전 주민들에게 아무런 통보나 설명을 하지 않은 점, 민원 발생 소지가 많은데도 현장조사나 점검을 하지 않은 점, 단독주택 사이로 20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면 일조권과 조망권이 침해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공사현장과 바로 인접한 곳에 살고 있는 김만옥 씨(53)는 “지금도 집이 노후해 금방 무너질 듯한데 지하 굴착공사가 시작되면 불안해서 살 수 있겠느냐”며 “구청은 책상에 앉아 허가를 내줄 것이 아니라 현장에 나와 주민 주장을 들어보고 상황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65년째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최병관 씨(79)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햇빛도 안 들어오고 앞이 막힌다”며 “벌써부터 마을 골목길 한쪽을 막아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구청과 시행사에 “9일 오후 마을 경로당에서 주민공청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는 “아파트 예정지가 상업 지역이어서 건물 간 거리를 50cm 이상 유지하면 신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며 “하지만 주민 편의를 위해 아파트 경계 지역에는 4m 도로를 만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 시행사는 “굴착 및 건축공사 때는 첨단공법을 써서 소음이나 진동으로 인한 민원이 없도록 하고 주민 요구 가운데 합리적인 것은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이 지역은 사전에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 지역이 아니어서 건축허가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앞으로 주민과 협의하면서 공사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일조권#건축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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