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자의 동아일보 A21면에는 ‘빈필-베를린필 신년음악회…국내 영화관서 감상하세요’라는 기사가 실렸는데요. 새해가 되면 수많은 클래식 음악팬들을 열광케 하는 75년 전통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를 이제 국내 영화관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아주 기분 좋은 기사였습니다.
그럼 오늘은 신년음악회의 원조이자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 빈 무지크페어아인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매년 새해가 오면 전 세계의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지상 최대의 클래식 이벤트가 있답니다. 바로 클래식 음악의 수도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빈의 유서 깊은 공연장인 빈 무지크페어아인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입니다.
1842년에 창단된 빈 필하모닉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최정상의 오케스트라이지요. 빈 무지크페어아인 또한 세계 3대 클래식 콘서트홀 혹은 세계 5대 클래식 공연장으로 손꼽힙니다. 이런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의 ‘특별한 만남’은 올해로 75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기원은 1920년대 초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왈츠, 폴카 등으로 대표되는 빈 춤곡을 연주회에서 선보여 인기를 끈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러한 인기 때문에 그 이후에 공연 프로그램 전체를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작품으로 채워 넣은 연주회가 종종 열리게 되었고, 빈 음악협회와 애호가들은 이러한 연주회를 아예 송년음악회 혹은 신년음악회로 정기적으로 개최하고자 하였지요. 그리하여 1939년 12월 31일에 전설적인 지휘자 클레멘스 크라우스의 지휘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특집으로 꾸민 마티네 콘체르트가 개최된 것이 오늘날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효시가 되었답니다. 또 지휘자 크라우스는 1940년 12월 31일에도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작품들로 공연을 개최하여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이 공연은 바로 다음 날인 1941년 1월 1일에도 반복돼 첫 번째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로 기록됐다고 해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전쟁 중에도 계속 개최되었으며, 종전 후인 1946년과 1947년에 요제프 크립스가 잠시 지휘한 뒤 크라우스가 다시 이어 받았습니다. 이후 1954년에 크라우스가 해외 순회공연 중 급서하자 당시 빈 필하모닉 악장이었던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후임으로 선정됐지요. 보스코프스키는 1979년에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할 때까지 역대 최다 횟수인 25회의 신년음악회를 개최했습니다. 보스코프스키의 후임으로는 미국 출신의 로린 마젤이 1980년부터 이어받아 1986년까지 지휘했으며, 1987년부터는 해마다 다른 지휘자를 초빙하는 제도로 바뀌었습니다.
○ ‘빈 필하모닉’만의 특징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1990년대 전까지는 무조건 이 음악회의 지휘자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 또는 ‘빈에서 오랫동안 음악을 배운 사람’에 한정되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차별 혹은 타 국가 출신의 지휘자들에 대한 경계로 받아들여지며 많은 비난을 받았지요. 그러던 중 1990년 초반에 이르러 독일 출신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인도 출신 주빈 메타에게 지휘를 맡기며 보수적인 전통을 깼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 공연의 앙코르입니다. 그동안 빠른 폴카나 갤럽 등의 춤곡,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등을 연주하는 것이 보스코프스키 재임 기간에 전통으로 확립되기 시작해 이후 거의 모든 지휘자가 이를 따르게 됐지요. 특히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연주 직전에 지휘자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청중에게 새해 인사를 합니다.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는 청중이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는 것으로도 아주 유명하답니다.
○ DVD, 블루레이 디스크, 극장에서도 관람 가능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실황 중계는 오스트리아 공영 방송 ORF와 독일 제2텔레비전 ZDF, 일본의 공영 방송사인 NHK 등 3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위성을 통해 세계 40여 개국에 동시 송출되고 있답니다. 공연 실황뿐 아니라 빈 국립발레단이 연주곡에 맞추어 안무한 발레 장면도 삽입되고 있으며, 중간 휴식 시간에는 오스트리아 관광 홍보 자료 등이 방송되기도 하지요.
1960년대 후반부터는 영국의 대표적 음반사 중 한 곳인 ‘데카(DECCA)’에서 ‘빈 신년음악회’ 혹은 ‘신년음악회’라는 이름으로 LP가 발매되었는데요. 당시에는 실황 라이브 녹음이 아닌 스튜디오 녹음이 거의 대부분이어서 현장의 생생한 음질을 전해주지는 못하였답니다. 그러던 중 1975년 공연 실황으로 제작한 최초의 음반이 ‘live from Vienna’라는 소제목 아래 발매되었습니다. 보스코프스키의 마지막 신년음악회 공연이 된 1979년의 실황도 데카 레이블로 발매되었는데, 공연 프로그램 전체가 녹음되어 발매된 최초의 음반이자 유럽에서 진행된 첫 상업용 디지털 녹음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한편 로린 마젤이 재임한 1980년대 초반부터 중반의 음반은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반사인 독일의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출반되었으나 1980년부터 1983년까지 나온 뒤 중단되어 버렸기에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1987년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한 실황부터는 한 해도 빠짐없이 음반이 나오고 있지요.
2009년 신년음악회 실황은 DVD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블루레이(Blu-ray) 디스크로도 출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2012년부터는 세계 4대 메이저 음반사인 일본의 ‘소니뮤직’ 레이블로 실황 CD, DVD, 블루레이 디스크, 디지털 음원 등 여러 형식으로 발매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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