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전기를 전공한 정모 씨(33)는 지난해 11월경 전자상가에서 부품을 구입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촬영해 외부로 송출하는 소형 무선영상장치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토익 고득점자였던 이른바 ‘시험 선수’ 이모 씨(31)의 패딩 점퍼 옷깃 안에 이 장치를 교묘하게 설치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치러진 262회 토익시험. 정 씨는 인터넷에서 모집한 응시생으로부터 1인당 3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부정행위를 주도했다. 이 씨는 고사장에서 문제의 답변을 실시간으로 외부로 송출했고, 정 씨는 이 씨의 답안을 무선수신기로 응시생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각각 맡았다. 응시생들은 귓속에 설치된 소형 무전기로 답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김모 씨(25) 등 6명이 부정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과 직장인 등이었다. 이들은 한국 토익위원회에서 수시로 인터넷에 토익 부정 응시를 검색하던 중 정 씨의 불법 모집을 확인하고 수사를 의뢰한 끝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7일 무선영상으로 토익 부정행위를 알선한 혐의(업무방해)로 정 씨를 구속하고 일당인 이 씨와 토익 응시생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조중혁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이 장치를 이용하면 시험문제와 답안을 고화질로 고사장 밖으로 보낼 수 있어 국가고시 등 다른 시험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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