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심해져… 초 84%-중 87%-고 89%
학생 31% “수업보다 시험 어려워”… 성적과 선행학습 비례
우리나라 초중고교생들이 과도하게 수학 영어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보다 시험이 어려워 선행학습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선행학습 경험과 성적은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8일 발표한 ‘학교교육 내 선행학습 유발 요인 분석 및 해소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전국 초중고교생과 학부모 97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의 절반가량(47.8%)이 중학교 과정의 영어를 미리 공부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 과정을 선행학습 했다는 학생이 24.2%로 가장 많았지만, 3학년 과정을 공부했다는 아이들도 4%나 됐다.
수학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의 37.7%가 중학교 과정을 미리 공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1학년 1학기 과정을 선행학습 했다는 응답이 25%로 가장 많았으나, 고등학교 과정까지 공부했다는 학생도 0.6%나 있었다.
초등학교 때 시작된 선행학습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선행학습 비율이 초등학교에서는 84.1%였으나 중학교는 87%, 고등학교는 89.5%까지 올랐다. 특히 초등학생은 국제중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선행 비율 93.7%)이, 중학생은 특수목적고에 가려는 학생(90.6%)이 더 선행학습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학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은데도 근절되지 않는 것은 학교 성적과 선행 경험이 비례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영어 성적이 매우 낮은 학생 중 선행학습을 한 비율은 59.3%인 반면 성적이 매우 높은 학생은 90.1%나 됐다. 중학교는 각각 73.2%와 94%, 고등학교는 68.8%와 89.5%로 조사됐다. 선행학습 때문에 성적이 높아지는 것인지, 아니면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학구열이 높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수치로만 보면 선행학습과 성적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보다 시험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30.9%가 수학 수업보다 수학 시험이 더 어렵다고 답했고, 이런 현상은 고교생에게서 두드러졌다.
보고서는 선행학습을 줄이려면 교육과정의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정민 박사는 “학생들의 학습 속도를 고려해 교육과정을 줄이고, 학생들의 수준별 수요에 맞도록 교육과정 편성에 자율성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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