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불발땐 임시이사 전환”
종전 재단추천이사, 이사회 개최 거부… 당선자 홍덕률교수 취임 못해
올 예산안-국고지원 등도 차질 빚어… 학생들 “총장 명의 졸업장 받아야”
“총장 아닌 직무대행 이름으로 된 졸업장을 받아야 하는가요.”
대구대가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고도 취임하지 못하는 사태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방학 중에도 도서관에서 취업준비 등을 하는 학생들은 9일 “이사회가 대학 발전은커녕 걸림돌이 되는 현실이 한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더욱 걱정하는 분위기다. 다음 달 말 졸업하는 한 중국 출신 유학생은 “총장직무 대행 직인이 찍힌 졸업장을 갖고 귀국하면 ‘그 대학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총장 이름으로 된 졸업장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대에는 21개국 500여 명의 유학생이 있다.
대구대는 지난해 9월 총장을 교직원 직선으로 선출하고 11월 취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단(영광학원) 이사들의 내분으로 아직까지 총장은 본관 집무실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총장 당선자인 홍덕률 사회학과 교수(56)는 이사회 승인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사 7명 중 유고된 2명을 제외한 5명 가운데 종전 재단이 추천한 이사 3명이 이사회 개최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총장 선거 이후 7일까지 여섯 차례 예정됐던 이사회에 이들 3명은 불참했다.
이사회 파행이 이어지자 결국 교육부가 나섰다. 빨리 정상화하지 않으면 임시이사로 전환시킨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교육부는 대구대 재단에 보낸 공문에서 “이달 20일까지 이사회를 정상적으로 열어 총장 승인 건과 결원 이사 추천을 하지 않으면 사립학교법에 따라 현재 이사 5명을 해임할 예정임을 계고(강제집행 경고)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이사회 정상화를 촉구했는데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임시(관선)이사제로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20일까지 이사회가 총장 승인 등을 이행하지 않으면 교육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임시이사를 선정하게 된다. 대구대는 학내 분규로 1994년 임시이사체제를 이어오다 2012년에 벗어났다. 그러나 새로 구성된 이사회는 1994년 이전의 재단이 추천한 이사와 대학 측이 추천한 이사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사회 파행으로 대구대는 총장 승인뿐 아니라 올해 예산안, 국고지원 사업 등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임시이사체제라도 총장을 승인해 정상적인 신학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학내 분위기가 많다. 본부의 한 보직교수는 “재단과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학교 발전에 전력을 쏟아도 부족한 마당에 이사들의 싸움으로 대학이 흔들리는 것은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1956년 개교한 대구대는 교직원 850여 명에 학생은 1만9900여 명이며 동문은 12만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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