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구형’ 원전비리 간부에 이례적 15년형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1일 03시 00분


현대重서 17억 받은 한수원 부장
법원 “부패 정점” 엄벌… 벌금 35억

지난해 원전비리의 핵심인물에게 검찰 구형량보다 훨씬 높은 중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문관)는 10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원전 비상용 디젤발전기 등의 납품 청탁과 함께 17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된 한국수력원자력 송모 부장(49)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8년보다 무려 7년이나 높았다. 이와 함께 벌금 35억 원, 추징금 4억3000만 원을 선고하고 압수수색 때 발견된 6억250만 원을 몰수했다.

송 부장은 신고리 1, 2호기에 납품된 JS전선의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를 지시한 혐의로 이미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상태여서 이 형이 확정되면 20년간 복역해야 한다.

법원이 검찰 구형량의 2배 가까운 징역 15년형을 선고한 것은 대규모 원전비리 사건 연루자에 대한 엄벌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사안에 따라 법원이 검찰 구형량 이상으로 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처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송 부장에 대한 선고에 앞서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면 피고인이나 가족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을 깊이 고민했다”면서도 “검찰의 구형량이 이례적으로 낮다고 판단해 재판부가 판단하는 형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원전의 핵심부품 구매부서 책임을 맡고도 적극적으로 업체에 뇌물을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뇌물수수를 직접 계획하는 등 부패범죄의 정점에 있다고 보는 것도 무방해 이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송 부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현대중공업 임직원 4명에게 징역 2년에서 최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불구속 기소된 임원 1명을 법정구속까지 한 것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뇌물사건에서 공여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원전비리 사건에 대한 이 같은 법원의 엄벌 방침은 지난해 9월 첫 선고에서부터 감지됐다.

원전업체로부터 청탁과 함께 15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수원 간부에게 예상을 깨고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신고리 1, 2호기 등 원전 6기에 납품한 불량 케이블의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JS전선 엄모 고문(52)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엄 고문은 2008년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의 제어 케이블, 2010년 신고리 3, 4호기의 전력·제어·계장 케이블의 시험 성적서를 각각 위조해 납품하고 182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한편 이번 원전비리와 연관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53), 여당 고위당직자 출신 브로커 이윤영 씨(51), 국가정보원 비서실장 출신 브로커 윤영 씨(57),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68)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2월 중순경 있을 예정이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원전비리#현대중공업#디젤발전기#납품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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