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별미이자 술꾼들의 해장국으로 사랑받는 ‘매생이’의 산지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생산 어민들은 가격 하락 원인이 과잉 생산 이외에 유통 상인들의 농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전남 장흥군과 완도군 지역 매생이 생산 어민들에 따르면 올해 생산된 매생이 가격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절반 이상 하락했다. 매생이는 12월 중순부터 다음 해 2월 말까지 생산되지만 1월 초까지 생산되는 ‘이른 매생이’를 최고로 친다. 이른 매생이는 전체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데 부드럽고 향이 좋다. 1월 중순 이후에 생산되는 매생이는 점점 값이 떨어진다.
이른 매생이는 400g당 5000원 정도에 거래되다가 2월 말 끝물 매생이는 4분의 1 정도 가격에 거래된다. 올해 매생이 생산량은 평년 수준이지만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2500원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매생이 수확량이 평년보다 10∼20% 정도 늘자 일부 상인이 매생이를 냉동시켜 저장하고 있다가 햇매생이로 둔갑시켜 대량 유통해 어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매생이 마을로 유명한 장흥군 대덕읍 옹암리 내저마을의 한 어민은 “어민들도 겉만 보고는 냉동 매생이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맛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매생이는 장흥, 완도 등 전남 청정 해역에서 전량 생산된다. 매생이 생산 어민은 완도 355어가(538ha), 장흥 133어가(135ha)다. 매생이는 김, 미역, 다시마와 달리 건조가 불가능하다. 어민들이 차가운 바닷물에서 뜯어내며, 수확한 지 5, 6일이 지나면 상품성이 떨어진다. 5, 6일 안에 유통이 힘들 경우 냉동시키는 것 이외에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어 어민들은 중간 유통 상인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어민들은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상인들은 400g당 500∼600원의 유통 마진을 챙겨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완도 매생이 협동조합 관계자는 “매생이는 직거래가 아니라 유통 상인들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며 “상인들이 장난을 치면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매생이 가격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은 과잉 생산이다. 최근 6년간 완도 고금·약산면 등에서는 매생이 양식장이 크게 늘었다. 일본 원전 사고 여파로 인한 수산물 소비 감소도 가격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분석도 있다. 어민 김모 씨(45)는 “해조류의 귀족으로 불리는 매생이는 대부분 겨울철에 생산되고 소비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유통 구조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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