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동아일보-채널A 공동 연중기획]
‘은석이 사건’ 연구한 이훈구 前 연세대 교수
“은석이의 존속살해는 당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병리 현상을 가차 없이 노출한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단순히 언어학대 하나로만 바라볼 수는 없지요. 비록 13년이 지나긴 했지만 그런 문제는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더하면 더했지. 그러니 동아일보의 이 연재물이 이런 심각한 사회문제를 ‘말’이란 소재를 통해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꼬집어 모두가 함께 심각성을 느끼고 고민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에서 만난 이훈구 전 연세대 교수(2006년 퇴임)가 기자에게 당부한 말이다. 그는 지금 강의는 하지 않고 매년 한 권씩 책을 낸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구실에 나가 서른네 번째 책(인상심리학)을 쓰고 있다. 그의 저술 중엔 ‘교실이야기’란 것이 있는데 서울의 한 중학교를 대상으로 연구한 교실폭력 예방에 관한 내용이다. TV다큐멘터리로 제작, 방영돼 한국방송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은석이 사건의 원인에 대한 질문에 입시지옥으로 변한 학교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4당 5락(네 시간 자면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낙방)이 우리 현실인데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사정을 제대로 알고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따르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환경에서 성공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오나 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가장 유망한 직종은 정신과 의사라고.”
이 교수는 은석이를 통해 한국 교육의 그늘을 본다. “은석이는 고교시절 전교 8등 이내를 놓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작은 체구 때문에 한 친구로부터 ‘원숭이’라고 놀림을 받으며 왕따를 당했어요. 엄마는 아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늘 강압적으로 아이를 내몰았는데 모두가 사건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게 어디 은석이만의 문제인가요. 현재 우리 학생 다수가 겪는 공통의 문제지요.” 그러면서 그는 “교실 학생 중 10분의 7은 포기하고 나머지 10분의 3만 끌고 나가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한국의 학교를 지배하는 한 은석이 사건에서 드러난 청소년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학업에 넌덜머리가 나 있으니 말이지요”라고 말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떤 말도 청소년에겐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이 전 교수의 경고다. ※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 사연 받습니다
연중기획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에 소개할 다양한 사연을 받습니다. 나쁜 말로 인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문제들, 나쁜 말을 없애기 위한 노력, 좋은 말을 쓰는 가정이나 학교, 좋은 말을 쓰면서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 등 어떤 소재라도 좋습니다. foryou@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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