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효자골의 ‘일석삼조 밥집’ 아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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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강원 춘천시 효자골 밥집에서 자원봉사자 김옥련 씨가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르고 있다. 효자골 밥집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3시간 동안만 영업을 한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14일 강원 춘천시 효자골 밥집에서 자원봉사자 김옥련 씨가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르고 있다. 효자골 밥집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3시간 동안만 영업을 한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14일 오전 11시 반경 강원 춘천시 효자1동주민센터 앞 ‘효자골 밥집’. 문을 열 준비를 하는 김옥련 씨(61·여)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날의 주메뉴는 육개장. 김 씨가 반찬을 그릇에 담고 육개장을 끓이는 동안 가게 안은 구수한 냄새로 가득 찼다. 잠시 뒤 손님이 하나둘 들어오더니 어느새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효자골 밥집은 효자1동 주민과 춘천시문화재단이 함께 추진하는 생활문화공동체 ‘낭만골목’ 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은 물론이고 밥집 운영을 통한 수익금을 마을공동체 사업비, 홀몸노인 도시락 나눠주기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 효자골 밥집이 지난해 10월 1일 문을 연 후 100일이 지났다.

○ 첫 수익금으로 홀몸노인들 삼계탕 대접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7일 마을 홀몸노인들을 효자골 밥집으로 초청해 삼계탕 100마리와 다과를 대접했다. 개업 후 2개월 동안의 운영 수익금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몸이 불편해 밥집에 오지 못한 노인들을 위해 집까지 삼계탕을 배달해 주기도 했다. 비록 많은 수익금은 아니지만 효자골 밥집의 첫 결실이었다는 점에서 주민 모두에게 뜻 깊은 행사였다.

효자골 밥집은 당초 주민 10여 명의 자원봉사로 꾸려가기로 하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고된 일과와 개인적 사정으로 대부분 자원봉사를 포기하고 이제는 주민 3명이 교대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지만 지금은 오후 2시까지 점심 영업만 하고 있다.

이곳에서 파는 메뉴는 잔치국수와 백반, 만둣국. 백반은 요일별로 무국, 된장국, 육개장, 비지장, 청국장 등으로 국을 다르게 제공하고 반찬도 변화를 준다. 개업 초기 메뉴가 매일 비슷하다 보니 단골손님들의 불만이 제기돼 개선했다.

음식 가격은 잔치국수가 3000원, 백반과 만둣국은 4000원. 싼 가격과 어머니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 덕분에 이제는 단골손님도 많이 생겼다. 더욱이 효자골 밥집의 개업 취지를 알게 된 손님들은 기쁜 마음으로 이곳을 다시 찾는다. 이날 밥집을 찾은 이종숙 씨(57·여)는 “음식이 맛있고 수익금을 좋은 일에 쓴다고 해서 자주 오는 편”이라며 “식사도 하고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는 일석이조 식당”이라고 말했다.

○ 십시일반 기부로 탄생한 사랑의 밥집

효자골 밥집은 효자1동 주민들의 십시일반 기부로 탄생했다. 김운배 낭만골목추진위원장이 80여 m²의 공간을 내놓았다. ‘복덕방’이란 이름의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던 자신의 건물 2층 공간을 제공한 것. 또 주민들이 식기류를 기부했고 나무를 구해 식탁 7개와 의자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효자골 밥집은 재료비와 전기료, 수도료 등 필요경비 외에는 지출 요소가 거의 없다. 연말에는 주민들이 쌀을 기부해 재료비도 줄일 수 있었다. 하루 3시간 짧은 운영으로도 수익을 내는 이유다.

이 밥집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옥련 씨는 “따뜻한 봄이 오면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할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겠다”며 “주위의 직장인이나 주민들이 좋은 취지에 공감해 많이 찾아주고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효자골 밥집이 있는 효자1동은 2012년 낭만골목 만들기에 나선 이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낭만골목 만들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행한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에 선정되면서 생겨났다. 골목 곳곳의 담장에는 호랑이와 나비 등 화사한 그림이 채워졌고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됐다. 또 생활문화장터 ‘둥구미’가 자주 열려 주민 화합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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