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자 작년말 현재 105만3196명… 9년만에 10배로 폭발적 증가
故 김남백 동해소방서장 각막 기증… 부인 “평소의 남편 뜻 따른 것”
13일 과로로 순직한 김남백 강원 동해소방서장(54·사진)의 유족이 김 서장의 각막을 장기이식관리센터에 기증했다. 김 서장은 장기 기증 서약을 하진 않았지만 평소 주위에 장기 기증 의사를 자주 밝혀온 것으로 확인됐다. 부인 원해자 씨(51)는 “남편이 장기 기증 보도를 접할 때마다 ‘우리도 죽으면 장기 기증을 하자’는 말을 자주해 그 뜻을 따랐다. 수혜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15일 오전 10시 동해소방서장(葬)으로 거행된다.
김 소방서장처럼 사후에 각막을 기증한 사람은 지난해 76명. 이들의 기증으로 각막이식이 총 140건 진행됐다. 또 뇌사상태가 되거나 사망했을 때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등록한 사람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
14일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누적된 장기기증 희망자는 총 105만3196명(골수 기증 희망자는 제외)이 됐다. 장기 기증 희망자 누적인원은 2004년에 10만1178명으로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9년 만에 10배로 증가한 것이다.
한 해 동안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등록한 사람은 2009년에 18만4764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각막을 기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기 기중 운동 동참 분위기가 고조됐기 때문. 하지만 그 후 장기 기증을 희망한다며 새로 등록한 사람은 2010년 12만4245명, 2012년 8만7788명으로 꾸준히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장기 기증을 희망한다고 새로 등록한 사람이 16만2명으로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훌쩍 뛰었다. 정부가 4월부터 장기 기증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입한 ‘휴대전화 본인인증 서비스’의 영향으로 보인다. 기존엔 직접 등록신청서를 작성하거나 공인인증서를 통해 인터넷에 등록해야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공인인증서 없이 PC와 모바일에서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할 수 있다.
뇌사자들의 장기 기증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엔 416명의 뇌사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10년 전인 2003년(68명)에 비해 6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 수치다. 이식된 장기는 심장 간 췌장 신장 폐 췌도 소장 각막 등이다.
정부는 뇌사자의 장기 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1년 6월부터 ‘뇌사추정자 신고제’를 실시하고 있다. 뇌사추정자가 되면 의료기관은 한국장기기증원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장기기증원에서는 해당 병원으로 가서 가족들에게 장기 기증에 대해 설득하고 기증 의사가 있는 경우엔 의료적인 지원을 하거나 행정적인 절차를 돕는다.
뇌사 기증자가 꾸준히 늘지만 선진국보다는 여전히 적다. 한국의 뇌사 기증자는 지난해 인구 100만 명당 8.4명이었다. 미국(25.6명), 프랑스(24.9명) 등의 3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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