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新 명인열전]광주서 대형음식점 5곳 운영하는 황의남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20년째 170만명분 음식 기부王

광주에서 갈비·냉면 전문점과 보쌈 전문점 등 5개 업소를 운영하는 황의남 대표(가운데). 그는 “지역의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고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한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광주에서 갈비·냉면 전문점과 보쌈 전문점 등 5개 업소를 운영하는 황의남 대표(가운데). 그는 “지역의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고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한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명인(名人).’ ‘어떤 분야에서 재주와 기술이 뛰어나 유명한 사람’을 말한다. 유난히 경쟁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온갖 역경과 시련을 이겨내고 일가를 이룬 이들의 성공신화는 그래서 더 큰 감동을 준다. 남다른 사고방식과 경영철학, 그리고 기술로 각 분야의 최고가 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

16일 광주 서구 쌍촌동 갈비 냉면 전문점인 ‘민속촌’ 상무점. 식당 입구 벽면에 걸린 ‘기부 현황판’이 눈에 띈다. ‘2014년 1월 16일까지 총 누적 기부 금액 5억4018만8100원, 총 누적 음식 제공 170만5071인분.’ 147만 명인 광주의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기부한 것이다.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음식 봉사에 나선 것은 2년 전부터다. 노인들이 반찬이 없어 밥을 자주 굶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기와 김치 등 매일 한 끼 분량의 음식을 배달해주고 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지만 저는 반대로 작은 나눔이라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들레 홀씨가 세상에 퍼져 수많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처럼요.” 광주에서 민속촌과 보쌈전문점 ‘무진주’ 등 5개 음식점을 운영하는 황의남 대표(50)는 음식으로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기부천사다. 그는 “우리 주변엔 관심만 가지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며 “그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민속촌이 1993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옆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작은 고깃집에 불과했다. 20년이 지난 현재 민속촌은 연 매출이 200억 원을 넘고 직원 수가 320명이나 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광주지역 외식업계 최고의 브랜드라는 명성도 얻었다. 오직 한우물만 판 황 대표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성공신화의 배경이다.

황의남 대표가 운영하는 식당 입구에 내걸린 ‘기부현황판’. 이웃과 함께하는 온정이 매일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황의남 대표가 운영하는 식당 입구에 내걸린 ‘기부현황판’. 이웃과 함께하는 온정이 매일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황 대표는 지금껏 다섯 가지 ‘신념과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안심 먹거리 제공, 정량 준수, 정확한 원산지 표기, 착한 가격, 이웃을 위한 기부가 그것이다. 식당 내부에 아예 표어로 만들어 붙여 놓았다. 황 대표가 직원들에게 ‘원칙맨’으로 불리는 이유다. 황 대표는 “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결코 반칙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맛과 서비스를 위해 황 대표가 기울인 노력은 만만치 않다. 전국 방방곡곡의 갈비와 냉면 전문점을 찾아다니며 맛을 보고 조리법을 분석했다.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고 외식산업 전략을 연구하기 위해 2004년부터 대학원을 다녔다. 7년 만에 경기대에서 외식산업경영학 석사와 외식조리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민감한 소비자 입맛을 맞추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모든 매장의 메뉴를 점검한다. 시식을 하면서 음식의 향과 모양, 염도, 당도, 작업상태 등을 체크해 매장마다 맛의 차이가 나지 않도록 관리한다.

직원과 이익을 함께 나누고 주인의식을 갖도록 한 것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모든 직원 명찰엔 이름과 함께 ‘대표’ 직함이 붙어 있다. 직원들의 자긍심과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서다. 창업 때부터 15년 이상 근무한 임직원은 연봉 1억 원이 넘는다. 벤츠와 BMW 자동차를 보너스로 받은 직원도 5명이나 된다. 회사에 투자한 직원들에게는 매년 60% 가까운 배당금을 주고 있다. 2011년 상무점이 문을 열 때 5000만 원을 투자한 직원은 지난해 3000만 원을 받았다.

힘들 때도 있었다. 2003년 서울에 대규모 식당을 개업한 지 한 달여 만에 광우병 파동으로 3년 넘게 직원 월급도 제때 주지 못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전 임직원이 합심해서 위기를 넘겼지만 미래의 민속촌을 이끌어 나갈 후진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우7사’는 ‘우리 직원 7년 후 사장 만들기’ 프로그램이다. 차세대 경영리더를 육성하자는 취지다. 입사 뒤 2년 동안 영업 조리 마케팅 등 각 분야 현장실습을 거치면 초급관리자 지위를 준다. 이어 3, 4년 후 중급관리자를 거쳐 5, 6년 후에는 점장으로 승진해 7년 후에는 언제든 ‘독자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2008년부터 외식산업과 식품영양학과 졸업생 30여 명이 실무 연수를 받고 있다. 그는 동종업계 종사자에게 성공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고객 감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품질과 서비스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결실은 직원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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