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언어폭력 ‘외모’에 집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동아일보-채널A 공동 연중기획]

회원 수만 4만2000여 명. 인정받으려는 자와 평가하는 자들 사이의 긴장감은 24시간 내내 팽팽했다. ‘단톡(단체 카카오톡) 친구 모집한다’는 글은 하루에만 200개 이상 올라왔다. 여기엔 ‘얼평(얼굴 평가) 부탁’이란 글도 많았다. 사진을 올린 사람의 90% 이상은 10대 여학생들. 이들은 화장을 하고 컬러 렌즈를 끼는 등 한껏 꾸미고 멋을 부린 사진들을 올린 뒤 평가 댓글을 기다렸다.

평가는 적나라했다. 예쁜 외모의 사진에는 “개쩌네(대단하네)” “누군지 모르지만 예쁘세연” “개좋다 딱좋다” 등의 글이 달렸다. 반면에 날이 바짝 선 댓글은 훨씬 더 많았다. “오크 ㄲㅈ(괴물 꺼져)” “면상 치워라” 등 읽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말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나마 “못생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쁜 얼굴은 아니네요” 등의 글은 점잖은 편.

‘친구 만들기’란 타이틀을 내건 포털의 한 카페 모습이다.

요즘 10대들에게 얼굴은 곧 힘이자 신분이다. 여중생 임모 양(13)은 “얼굴만 예쁘거나 잘생기면 싸움을 못해도, 공부를 못해도 상관없다. 바로 일진 노릇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A초등학교의 이모 양(10)은 지난해 3월부터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시작은 ‘얼짱’으로 불리던 한 친구가 이 양에게 “못생겼다”면서 ‘FT’란 별명을 붙이고서부터. FT는 얼굴을 뜻하는 페이스(face)와 테러(terror)의 첫 글자만 따서 결합한 말. 이때부터 이 양의 악몽이 시작됐다. 얼짱이 붙인 별명은 곧 진리가 됐다. 다른 친구들까지 같은 별명으로 부르며 이 양을 따돌렸다. 하루는 한 친구가 이 양의 휴대전화를 빌린 뒤 그 안에 저장돼 있던 사진을 단체 메시지로 다른 친구들에게 전송했다. 이때부터 친구들은 이 양을 ‘변태’라는 별명으로도 불렀다. 이 양은 지금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체중이 8kg이나 빠졌다. 환청에도 시달린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언어폭력을 하는 주체는 공격하고 싶은 상대의 자존감을 가장 크게 상처 입힐 수 있는 방편을 고르게 된다”면서 “요즘 여학생들의 경우 얼굴이 1순위이기에 외모를 비하하는 나쁜 말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도영 now@donga.com·신진우 기자

<특별취재팀>

팀장=하종대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동아일보 편집국 이광표 부장(정책사회부) 홍석민(산업부) 하임숙(경제부) 정위용(국제부) 서정보(사회부) 김희균(정책사회부) 황준하 차장(편집부) 최창봉(정치부) 이진석(산업부) 곽도영(사회부) 신진우(정책사회부) 우정렬(문화부) 권기령 기자(뉴스디자인팀) 김아연 매니저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조성하 김화성 계수미 박경모 윤양섭 김창혁 김상철 전문기자

채널A 김민지 황순욱(사회부) 황형준(정치부) 안건우 기자(국제부)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 사연 받습니다>

연중기획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에 소개할 다양한 사연을 받습니다. 나쁜 말로 인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문제들, 나쁜 말을 없애기 위한 노력, 좋은 말을 쓰는 가정이나 학교, 좋은 말을 쓰면서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 등 어떤 소재라도 좋습니다. foryou@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여학생 언어폭력#외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