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KAIST괴짜교수, 자랑스런 동문상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0일 03시 00분


바이오 및 뇌공학과 이광형 교수… 학창시절부터 기행으로 유명
교수맡은뒤 신설학과 만들고 기부금 615억 유치공로 인정

KAIST 총동문회 신년교례회에서 이광형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오른쪽)가 임형규 총동문회장으로부터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수상하고 있다. KAIST 총동문회 제공
KAIST 총동문회 신년교례회에서 이광형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오른쪽)가 임형규 총동문회장으로부터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수상하고 있다. KAIST 총동문회 제공
1999년 방영된 TV 드라마 ‘KAIST’의 박기훈(안정훈 역)이라는 괴짜 신세대 교수의 실제 모델은 지금의 이 대학 바이오 및 뇌공학과 이광형 교수(60)이다. 2001년 바이오 및 뇌공학과로 옮기기 전 전산학과에 재직한 그는 ‘퍼지 이론(fuzzy theory)’ 연구뿐 아니라 머리를 염색하고 스포츠카를 타며 TV를 거꾸로 설치해 보는 등 고정관념을 깨는 행동으로 유명했다. 이 교수는 그 이후에도 캠퍼스 내외에서 괴짜다운 이야기들을 많이 만들어 냈다.

그는 1996년 반도체 장비 회사 미래산업의 회장이었던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을 찾아가 “정도 경영을 실천하고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기로 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을 자청했다.

도움을 적지 않게 받은 정 전 이사장은 1년쯤 지나 이 교수에게 “왜 다른 교수들처럼 연구비를 달라고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당시 이 교수의 대답은 정 전 이사장이 KAIST에 기부를 하는 계기가 됐다. “장학금 받으면서 KAIST를 다녔고 모교 교수까지 됐으니 이미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좋은 회사의 성공에 도움을 주는 것이 빚 갚는 일이죠.”

정 전 이사장은 2001년 “누구도 못한 연구 분야에 써 달라”며 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했다. 이 교수는 이 돈으로 정문술 빌딩을 교내에 짓고 생명공학(BT)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바이오 및 뇌공학과’를 만들었다.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융합학과라고 할 수 있는 이 학과를 신설할 당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은 일부 KAIST 교수들은 “학생들 가지고 실험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이 학과는 설립된 그해인 2002년 IBM의 ‘SUR상(Shared University Research Award)’을 받았다. 이 상은 미국 IBM 왓슨연구소가 전 세계에서 우수한 연구팀을 선정해 연구 장비를 제공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주는 상이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저널에 매년 10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교수는 정문술 빌딩에서 가장 작은 사무실을 자청해 자신의 연구실로 쓰고 있다. 정 전 이사장이 “돈을 줬는데 왜 이렇게 아껴 쓰느냐”고 말할 정도로 기부금 집행에도 철저하다.

서남표 총장 시절인 2010년에는 오이원 여사에게서 100억 원의 기부금을 유치해 조교수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이원 조교수제’를 만들었다. 공식적인 기부자 관리는 학교발전재단이 맡고 있지만 이 교수는 아내와 함께 오 여사를 자주 찾아가 기부금 사용에 대해 설명하는 등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당시 교무처장을 지내면서 장순흥 당시 교학 부총장(차기 한동대 총장)과 함께 KAIST 교육 개혁을 이끌었다.

정 전 이사장은 바이오 및 뇌공학과가 융합 연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데 고무돼 이달 10일 215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이 교수는 이 돈으로 미래전략과 과학저널리즘, 지식재산권 등 3가지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미래전략대학원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처럼 국가 ‘싱크탱크’로 키우고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 인지과학 석박사 과정을 신설하는 데 쓰기로 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KAIST에 모두 615억 원의 기부금을 유치하고 국내 학계에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18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KAIST 총동문회 신년교례회에서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수상했다. 이날 이 교수 외에 노석균 영남대 총장과 우남성 삼성전자 사장(시스템LSI사업부), 이경국 티브이로직 대표가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받았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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