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최서남단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중국과 가까워 중국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말도 전해온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뱃길로 167km(직선거리 145km) 거리에 있으며 쾌속선으로 4시간 반이 걸린다. 주민 380명이 육지로 나가는 유일한 수단은 하루에 한 번 운행하는 쾌속선뿐이다.
지난해 가거도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는 총 25명. 8명은 밤 시간에 촌각을 다퉈 육지 병원을 가야 하는 환자였다. 가거도 응급환자들 중 17명은 해경 헬기로, 6명은 해경 경비함정으로, 2명은 119헬기로 이송됐다. 농어촌 응급환자 수송 전용인 전남도의 닥터 헬기는 거리가 멀고 착륙장이 없어 가거도까지 운항을 하지 않는다. 해경은 안개가 끼고 바람이 부는 악천후를 뚫고 귀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가거도 주민 박모 씨(61)는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1시 뇌출혈 증세를 보여 해경 헬기로 이송됐다. 박 씨는 목포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생명을 건졌다. 지난해 9월 3일에는 해경 헬기가 주민 2명의 생명을 동시에 살렸다. 이날 오후 7시경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어선의 선원 정모 씨(51)는 복막염으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같은 날 오후 9시경에는 가거도에 사는 20개월 된 고모 양이 급성폐렴 증세를 보였다.
목포에서 출동한 해경 헬기는 가거도까지 왕복 1시간 반의 야간비행으로 정 씨와 고 양의 생명을 살렸다. 김연숙 가거도 보건지소 직원(55·여)은 “주민들에게 해경은 든든한 생명지킴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강풍이 불거나 안개가 심하게 낄 경우에는 헬기 대신 경비정을 이송 작전에 투입한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항공대 관계자는 “해상에서 주로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섬 지역 응급환자들을 많이 이송한다”고 말했다.
목포해경은 지난해 섬이나 해상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구조 건수가 210건이라고 19일 밝혔다. 2012년 185건에 비해 25건(13%) 증가한 것. 구조 수단은 경비함정 128건, 헬기 81건, 해경 긴급(122)구조대 1건이었다. 섬 지역 응급환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행락철에 늘어난다. 해경은 주민, 관광객 응급환자 이송 못지않게 외국선박 선원 구조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해경은 중증외상 급성질환 응급환자들을 위해 경비함정 15척에 응급의료센터와 연결된 원격의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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