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교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집회나 시위를 제한할 경우 ‘제한 통보서’를 주최자에게 직접 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011년 경찰이 편도 2개 차로로 제한한 범위를 벗어나 시위를 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 김모 씨(33)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김 씨는 2011년 8월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개 차로를 이용해 신속하게 행진하라’는 통보서를 보냈음에도 참가자 800여 명과 3, 4개 차로를 점거해 행진했다.
집시법 시행령은 폭력 시위 우려 등을 이유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경우 통보서를 주최자나 연락 책임자에게 직접 전달(불가능하면 입주 건물 관리인 등에게 전달)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교통 소통을 위해 행진 경로나 범위 등을 제한할 때는 서면으로 주최자에게 알려야 한다고만 정해져 있다.
원심 재판부는 경찰이 금속노조에 보낸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 통보서’에 수령인의 서명과 날인이 빠져 있다는 이유로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서명 날인은 증명의 편의성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제한 통보의 적법성 여부가 좌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일부 집회 주최자들이 “경찰로부터 제한 통보서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불법으로 차로를 점거해 교통 소통에 방해를 주는 행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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