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서 뺨맞고 엎드려뻗쳐…” CJ취업 마이스터고생 투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4일 03시 00분


트위터 등에 “강제로 술먹이고 머리 밟고… 살아있는게 고통”
제일제당측 “회식자리서 동료가 폭행 확인… 보상 협의할 것”

숨진 김모 군이 회식이 있던 16일 폭행을 당한 뒤 올린 트위터 글. 김 군 유가족 제공
숨진 김모 군이 회식이 있던 16일 폭행을 당한 뒤 올린 트위터 글. 김 군 유가족 제공
충북 진천군에 있는 CJ제일제당 공장에서 일하던 고교생이 회사 동료의 폭행과 음주 강요 등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3일 진천경찰서와 유가족 등에 따르면 20일 오전 7시 40분경 이 회사 기숙사 4층 옥상에서 김모 군(19)이 주차장으로 뛰어내려 숨졌다. 대전의 한 마이스터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 군은 다음 달 졸업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생산직 공채로 이 회사에 입사한 뒤 본사 교육을 마치고 12월 초부터 이 공장 생산라인에서 일해 왔다. 경찰이 김 군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는 가운데 유가족과 지인들은 김 군이 직장에서 동료의 폭행 등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유족은 김 군이 친구와 학교 교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등으로 미뤄 볼 때 평소 동료 직원의 폭행과 술자리에서의 음주 강요가 김 군을 숨지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군의 이모 강모 씨는 “9일 직원들과의 모임에서 술과 담배를 강요했고, 2차 술자리까지 억지로 가게 했다”고 밝혔다. 실제 김 군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회식 자리에 이끌려 와 강제로 술 마시면서 노래 부르고 다른 사람 있는데도 도대체 내가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게…”라고 적었다. 또 강 씨는 “투신 나흘 전 열린 회식 자리에서는 더 심하게 ‘엎드려뻗쳐’라는 얼차려를 받았고, 뺨까지 얻어맞았다”며 “억울한 마음에 조카가 울음을 터뜨렸는데 이를 보고 또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군은 17일 낮 친구들에게 보낸 단체 문자메시지에서 “회사 다니다가 뺨을 맞게 될 줄 몰랐다”고 적었다. 트위터에도 “어제 한 대 맞고 진짜 맞자마자 울어버렸는데 왜 우느냐고 한 대 더 맞은 것 생각하면 아…” “그냥 살아 있는 게 고통이 될 듯합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내일 난 제정신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요” 등의 글을 남겼다. 김 군은 고민 끝에 학교 담임교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고, 담임교사는 20일 회사를 찾아가 인사담당자와 상의할 예정이었다. 이 학교 김모 교감은 “외아들로 자란 김 군은 과묵하고 내성적이었지만 여러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자신감을 키워왔다”며 “대기업에 취업해 본인과 부모님 모두 좋아했고, 취업 적응 조사를 위해 15일 김 군을 만났을 때만 해도 ‘만족한다’고 말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군의 유족은 23일 오후 CJ제일제당 진천공장 앞에서 플래카드를 내걸고 항의했으며, 조만간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A 씨(29)를 폭행과 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김 군의 사망 원인에 대해 동료와 직장 상사 등을 상대로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고, 한 차례 회식 자리에서 동료에게 맞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유가족과 보상 및 장례 절차 등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진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CJ제일제당#마이스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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