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 경위(46)의 말에 홍모 씨(41·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고등학생 아들(17)이 인터넷에 ‘야동’을 올렸다는 사실에 충격받은 것도 잠시, 아들의 죄를 대신 받겠느냐는 경찰의 제안에 홍 씨는 당혹감을 느꼈다. 하지만 홍 씨는 “아들이 대학 갈 때 범죄 전과가 있으면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아들의 죄를 뒤집어쓰기로 결심했다.
부산 기장경찰서의 사이버수사팀장 최 경위는 이런 식으로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총 13차례 인터넷에 음란물을 올린 자녀 대신 부모를 피의자로 바꿔치기했다. 이 과정에서 최 경위는 부모가 진범인 것처럼 허위로 피의자신문조서와 수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지방경찰청의 ‘인터넷 음란물 단속 내부 기준’에 따르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인원에 따라 실적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만 19세 미만 미성년 불구속 피의자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최 경위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피의자를 바꿔치기한 것.
검찰은 입건된 부모를 조사하던 중 범행 내용을 잘 모르고 컴퓨터에 문외한인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추궁한 끝에 최 경위의 범행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부장 이영기)는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최 경위를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