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신중론에도… 건보, 담배소송 강행키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5일 03시 00분


이사회 의결… 이르면 2월 착수, 공단측 “외국계 담배회사도 대상
소송 규모 최대 3326억원 추산”… 복지부 “위법성 보강해야 승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건복지부의 속도조절 요청에도 불구하고 담배 소송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단의 담배 소송은 이르면 2월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공단은 24일 서울 마포구 공단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재적 이사진 과반수 찬성으로 담배 소송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체 이사 15명 중 13명이 참석했으며 그중 1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에 정부 측 대표 2명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오랜 기간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왔다. 사회적 정의와 절차적 정당성에 부합하도록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소송을) 준비해왔다”며 소송 강행 의사를 밝혔다.

소송 대상은 국내외 담배회사가 모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는 소송 방법이나 대상, 규모, 시기 등을 공단 측에 모두 위임했다. 공단은 “소송은 공단 내외부 변호사들로 공동소송 대리인단을 꾸려 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 측은 이번 소송 규모를 최소 130억 원에서 최대 3326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법원에서 흡연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소세포 폐암과 편평세포 후두암 환자를 대상으로 인정할 수 있는 피해 범위를 산출한 결과다. 건보공단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소세포 폐암에 438억 원, 편평세포 후두암엔 162억 원의 진료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원칙적으로는 담배 소송에 찬성하지만 신중한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근거가 충분한 만큼 법정에서 입증할 수 있지만 담배회사의 위법성은 증명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개인이 진행했던 소송들도 이 부분 때문에 패소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 세계 담배 소송을 보면 담배회사의 직접적인 위법행위를 인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소송비로 최소 5억 원, 최대 10억 원 이상이 예상되는데 그 돈도 결국 국민 세금이다”며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잠재적 소송 대상이 된 국내외 담배회사들도 반발하고 있다. 담배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건강보험공단의 담배 피해 추적 조사는 표본의 대표성도 없고 진료비 산정 오류까지 발견됐다”며 “막대한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드는 소송보다 현재 징수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담배세제를 개편하는 게 건강보험 재정 문제에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은 담배 사업자 수익금의 일부를 흡연 피해 치료비용에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 손해 및 인과관계의 입증 책임 완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담배소송법 입법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최지연 lima@donga.com·유근형 기자
#복지부#건강보험공단#건보#담배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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