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지난해 LPGA 28개 대회 중 무려 11개에서 정상에 올라 한국 여자골프의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LPGA 정상에 오른 선수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골프 실력은 물론이고, 유창한 영어 실력도 함께 갖췄다는 것. 대회 직후 미국 기자들과 통역 없이 영어로 인터뷰를 하거나, 외국 선수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선수들은 어떻게 골프와 영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을까.
올해 LPGA투어 ‘3승’을 목표로 미국 현지에서 훈련 중인 프로골퍼 이일희 선수(26·볼빅·사진)에게 세계무대에서 골프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영어와 골프를 동시에 잡은 비결은 무엇인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영어 스트레스는 경기의 ‘걸림돌’
이 선수는 지난해 5월 LPGA투어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었다.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대회에서 당시 무명인 이 선수가 트로피를 차지하자 사람들은 무척 놀랐다.
이전까지 이 선수는 미국에서 무료 숙소를 찾아 옮겨 다니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가 2010년 LPGA투어에 갓 진출했을 당시엔 후원사가 없었다.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대회 조직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호텔 대신 하우징 프로그램(대회장 근처 빈 방이 있는 가정집을 모집해 선수들에게 무료로 숙소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을 이용했다. 이때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영어’였다.
“공항에서 숙소를 찾아가는 것, 새로운 숙소의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모두 영어를 써야 했는데 이 모든 과정이 큰 스트레스였어요. 가뜩이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였는데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니 경기 결과가 좋을 수가 없었지요.”(이 선수) 현장에서 익힌 실전영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 선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 선수는 ‘나도 멋있는 사람이다.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고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었다.
“골프 연습을 할 땐 철저하게 연습에 집중했고, 휴식시간엔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외국 선수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어요.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놀이공원에 놀러 가며 미국 문화를 이해하고 실전영어를 익혔죠.”(이 선수)
경기 중 마주치는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도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선수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고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인터뷰에서 가장 흔하게 묻는 질문이 ‘오늘 경기가 어땠는가’라는 질문인데, 영어에 자신이 없으면 답변을 암기해서 말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내 생각이나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어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 나중에 제가 우승한 후 인터뷰 기회가 왔는데 영어를 못해서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어요.”(이 선수) “최고가 되려면 큰 무대에서”
이렇게 열심히 익혀둔 영어는 지난해 LPGA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당시 대회는 폭우와 강풍이 몰아치는 나쁜 조건에서 진행됐다.
영어 말하기가 어느 정도 능숙해진 이 선수는 ‘이런 돌발 상황에서 갑자기 인터뷰가 들어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라는 걱정에서 벗어나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선수는 세계적인 골프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세상엔 더 큰 무대가 있고, 그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다면 언어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으면 남들보다 먼저 과감하게 도전하세요. 세계를 누비며 한국을 자랑스럽게 빛내는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이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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