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는 지난해 말 포항운하(길이 1.3km)를 개통했다. 포항제철∼동빈항구를 연결하는 이 도심운하는 40년 동안 막혔던 물길을 연결했다. 포항시는 이를 계기로 포항의 미래를 ‘철강산업에서 세계적인 해양문화관광도시로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철강산업을 딱딱하고 거친 산업으로 규정하고 이 같은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포항시가 23일 서울에서 개최한 투자유치 설명회도 포항운하를 성사시킨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포항시가 포항운하를 계기로 강한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지만 이 과정에서 포항제철을 배제하는 듯한 모습은 우려스럽다. 포항제철에는 포항시의 이 같은 태도에 서운해하는 분위기가 있다. 포항운하도 포스코가 300억 원을 기부해 가능했다.
포스코는 최근 몇 년 동안 경영사정이 악화됐다. 그렇지만 본사가 포항에 있는 포스코는 매년 수백억 원의 세금을 포항시에 낸다. 포항제철 직원 1만여 명은 포항지역 125개 마을, 단체와 결연해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친다. 결연한 주민은 42만여 명으로 포항 인구의 80%를 차지한다. 포항제철 덕분에 포스텍(포항공대)이 개교해 세계적인 이공계 특성화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포항시는 서울 투자유치 설명회에서 올해 말 KTX가 개통되면 “포항도 수도권”이라며 참석한 기업인들에게 투자를 요청했다. 하지만 기업 하기 좋은 도시는 교통이 좀 불편하더라도 기업을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며 응원하는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
포스코가 발전하지 못하면 포항의 미래도 기약하기 어렵다. ‘포철’은 영일만 호미곶에서 솟는 붉은 해만큼 선명한 포항의 상징이다. 포스코가 포항에서 계속 ‘영일만 친구’로 성장하도록 박승호 시장부터 깊은 고민을 해주면 좋겠다.
물이나 공기처럼 늘 가까이 있으면 소중함을 잊기 쉽다. 요즘 포항제철에 대한 포항시의 시선이 이와 비슷해 보인다. 1968년 4월 1일은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가 설립된 역사적인 날이다. 포스코에 대한 국민의 응원이 절실한 지금, 포항시가 이날을 특별히 기념하면서 포스코를 응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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