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고장’ 제주에서만 볼 수 있었던 투마(鬪馬) 대회인 ‘말사랑 싸움놀이’(사진)를 더는 보기 어렵게 됐다. 제주도는 국무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가 말사랑 싸움놀이를 허용해 달라는 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4일 밝혔다.
지원위는 말사랑 싸움놀이가 동물 학대를 금지한 동물보호법에 저촉될 뿐만 아니라 이를 허용하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불허했다. 이로써 말사랑 싸움놀이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특례를 도입해 제주의 명물 민속놀이로 육성하려던 제주도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말사랑 싸움놀이는 제주의 대표축제인 들불축제와 제주마 축제에서 인기 있는 행사로 자리를 잡았으나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행사가 중단됐다. 제주도는 입에 재갈을 물리거나 가면을 씌우는 방법으로 경기 방식을 바꿔 이를 재추진하려 했으나 정부가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소 대신 말을 이용해 농사를 지었던 제주에서는 4∼6월 수말들이 암말을 차지해 짝짓기를 하려고 싸우는 데서 착안해 1997년 싸움놀이를 만들었다. 그동안 지역 축제 등에서 특별이벤트로 열려 왔다. 한국마사회 제주본부는 ‘제주마 투마대회’ 전용 경기장을 만들려다 중단하기도 했다. 제주도 김남진 제도개선담당은 “청도 소싸움처럼 관광 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허용을 건의했다”며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민속놀이로 인정받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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