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3일 이모 씨(46) 등 3명은 2000만 원을 주고 전북 순창군 풍산면의 한 양계장을 빌렸다. 그러나 이들은 닭 대신 기중기, 삽, 곡괭이 등을 가져왔다. 그러고는 축사 바닥 땅을 4m 정도 깊이 판 뒤 축사 인근 도로 쪽으로 높이와 폭이 각각 1m인 굴을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2개월 동안 80m나 되는 굴을 뚫었다. 굴 안에는 환풍기, 인터폰, 운반 레일 등을 설치했다. 축사에서 약 120m 떨어진 도로 아래 묻혀 있는 송유관을 노린 것이었다. 이 송유관은 대한송유관공사가 전남 여수시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까지 매립한 것이었다.
이 씨 등은 축사 임차료로 2000만 원, 장비 구입비로 2000만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남은 40여 m를 더 파낼 돈이 부족해 공사를 중단했다. 그 사이 경찰은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기름을 훔친 범인들을 검거한 뒤 ‘이 씨 등이 송유관 기름을 빼내기 위해 굴을 파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씨 등은 결국 경찰에 자수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이 씨 등 3명을 절도미수 혐의 등으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 등이 판 땅굴 80m는 그동안 기름 절도범들이 만든 땅굴 가운데 가장 긴 것이었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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