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1부>나는 동네북이 아닙니다
전문가들 “관용 말고 법적대처를”… 경찰 민사소송 반년새 180배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찰서 내에서 소란·난동을 피운 사람들을 상대로 경찰이 민사소송(정신적·물적 피해 보상)을 내는 일이 부쩍 늘었다. 상반기 5건에서 하반기에는 901건으로 급증했다. 경찰이 지난해 7월 ‘경찰서 내 소란·난동행위 근절 대책’을 세우고 “법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결과다. 취재진은 경찰에게 폭언을 하는 사람의 심리를 분석해 봤다. 아래는 지난해 5월 취객에게 폭언을 들은 경찰이 민사소송을 내 300만 원 배상 판결이 확정된 사건이다.
A 씨는 자기 친구에게 음주측정을 하는 경찰에게 행패를 부리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지구대로 온 A 씨는 오후 11시 40분부터 약 3시간 동안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에게 욕을 하고 “너는 뇌물 받는 경찰”과 같은 모멸감을 주는 말을 했다.
이재헌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 씨가 술에 취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 것”이라며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어려움에 맞닥뜨리면 극복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화를 내게 된다”고 분석했다. 모든 사람이 술에 취하면 경찰에게 욕을 하는 게 아니라, 과거 폭력물에 노출됐거나 경쟁 위주의 학창 시절에 쌓여 있던 우울감이 술에 취하면 상대에게 분출된다는 것이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권력인 동시에 시민의 지팡이이기도 한 경찰보다 우월해 보이고 싶은 심리”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자신이 더 높아 보이길 원하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을 무시하고 혼내고 욕을 한다”며 “특히 주변에 사람들이 있을 때 이런 성향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민사소송으로 강력히 대처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잘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경찰이 수 시간 동안 폭언을 들은 걸 강조하며 “경찰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고 심리적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폭언도 일종의 병이기 때문에 관용을 베풀면 병을 더 키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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