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9시 35분 싱가포르 선적 유조선 우이산호(16만 t)가 전남 여수시 원유2부두 송유관을 들이받아 기름 16만 L(추정치)가 광양만으로 유출됐다. 그 후 열흘이 지난 9일 현재 기름은 전남 여수 광양시, 경남 남해 하동군 등 광양만 4개 시군 해안에 유입됐지만 상당 부분 기름을 제거한 상태다. 바다를 깨끗하게 되살리기 위해 각계 2만3751명이 봉사에 참여한 덕분이다. 그러나 어촌이 완전히 제 모습을 찾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암벽 등 소소한 곳까지 기름 제거
9일 낮 12시 경남 남해군 서면 염해마을 방파제. 서해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와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대원 등 22명이 흰색 방제복을 입고 방파제나 해안가에서 기름뭉치를 마대자루에 담고 있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 소속 장민수 경위는 “어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암벽 등까지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 특공대, 특수구조단 대원들은 5일부터 기름제거 작업에 투입됐다. 이들은 여수 신덕마을 등 광양만 곳곳을 돌며 주로 어민이나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지역의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방제작업을 총괄하는 정홍관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장은 “하루 평균 9시간 정도 험한 지역을 대상으로 직원 1663명을 투입해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몸은 피곤하지만 낙심한 어민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해경이 원유 유출 사고 초기에 늑장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사고를 지켜본 여수 신덕마을 주민과 남해 어민들은 “해경이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덕마을 어촌계장 김정기 씨는 “해경은 우이산호 충돌사고 이후 성실히 대처했고 가장 늦게까지 방제작업을 하는 등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광양만권 27곳서 자원봉사 물결
우이산호 충돌에 따른 송유관 파손으로 유출된 기름은 광양만 27개 해안으로 유입됐다. 여수 4곳, 광양 3곳, 남해 20곳, 하동 1곳에서 방제 작업이 이뤄져 거의 마무리 단계.
기름이 가장 많이 유입된 곳은 사고 현장에서 3km 떨어진 여수시 신덕마을. 방제작업을 진행하면서 337명이 두통, 호흡불편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여수시 묘도와 만성리, 남해군 고현면 화전마을, 남면 향촌마을 등도 기름 피해를 입었다.
자원봉사자 4598명이 피해지역 27곳에서 해안가 모래, 자갈, 바위 등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는 갯닦기 작업에 참여했다. 2007년 허베이스피릿호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충남 태안지역 주민들은 7일 여수 신덕마을을 찾아 자원봉사를 했다. 태안 유류피해대책위 연합회 관계자는 “7년 전 여수 어민에게 받은 도움을 갚고 싶었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유출된 기름 제거를 위해 헌옷, 수건 등 12t을 모아 여수시 자원봉사센터에 전달했다.
○ 대규모 방제는 일단 마무리
영호남 어민들은 여수나 남해 해안가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는 대규모 방제작업은 1∼2주일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피해가 심각한 여수 신덕마을 등의 모래, 자갈, 바위 등에 스며든 기름을 제거하는 소규모 방제작업에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피해 어민들을 위한 보상은 GS칼텍스가 우선 하기로 합의했다. 사고를 낸 우이산호의 선사가 선주상호보험에 10억 달러의 보험을 들고 있지만 보험사의 보상이 이뤄지려면 법적인 보상 주체나 책임 소재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영호남 어민들은 피해보상 과정에서 서로 협의하며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해양수산부 지방사고수습본부는 수협과 협의해 어민들이 피해를 확인하는 증빙자료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다만 어민들과 GS칼텍스의 피해에 따른 보상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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