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척수장애인은 컴컴한 갱도의 좌절을 박차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80을 바라보는 할머니는 이제 공부가 좋아져 석사학위를 받겠단다. 한국어를 공부한 유학생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갈고 닦은 한국어를 가르칠 부푼 꿈에 젖어 있다. 올해도 대전과 충남의 각 대학들이 많은 사연을 담은 졸업생들을 배출했다.
○ 갱도의 어둠 박찬 장애인 박사
“장애인들이 어려움 없이 사회에 복귀해 행복을 되찾도록 돕고 싶어요.” 13일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만학도 박종균 씨(49)의 소망 겸 다짐이다. 그는 1991년 10월 2일 경북 영주의 컴컴한 광산(연아연) 갱도 속을 기억한다. 천반(갱도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5t가량의 광석에 파묻혀 1급 장애를 입었기 때문이다. 26세에 병역특례로 광산 근무를 하던 그의 삶의 희망도 무너져 내렸다. 오랜 병원생활과 이혼 등 후유증으로 한동안 술에 빠져 살던 그는 어느 날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새 삶을 시작했다.
2002년 산업재해노동자협회라는 장애인 단체에서 브로커의 농간에 고통 받는 산재 및 교통사고 환자 돕기 활동을 벌였다. 2004년 장애인의 의식으로 장애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에 입학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척수 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한국형 전환재활 시스템(TRS) 모형 개발’이다. “장애인의 사회복귀는 퇴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직업재활이고 사회활동이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지요.”
박 씨는 공부하면서 2005년 장애인전국체전 휠체어 테니스 대표선수로 참가한 것을 계기로 충북장애인체육회와 충주시장애인체육회를 만들어 운영했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해 산재 장애인을 위한 집단 상담을 했다.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강사, 장애인식개선 강사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나사렛대와 한국교통대에서 시간강사 생활을 하면서 K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내일은 푸른 하늘’에서 장애인 여행리포터로 활동하는 그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나이 들수록 지적 호기심 새록새록
21일 대전대 서예한문학과를 졸업하는 정금우 씨(78)는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졸업을 또 다른 시작으로 삼겠단다. 그는 같은 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전문성을 더 높일 계획이다. 정 씨는 어려서 한학을 공부했다가 결혼 후 신학 공부를 했지만 정식 학교는 다니지 못했다. 대전성모병원에서 운영하는 ‘충청주부성인학교’에서 초등 및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은 뒤 2009년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2010년 대전대 서예한문학과에 입학해 하루도 거르지 않는 열정을 보인 정 씨는 “공부가 하면 할수록 자꾸 궁금증과 재미를 낳는다”고 말했다.
목원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는 이병훈 씨(62)는 2008년 50대 중반에 찾아온 방광암을 오히려 공부의 계기로 삼았다. 암 투병 끝에 호전되자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 후 그만두었던 공부를 시작했다. 1년 6개월 만에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끝내고 전문대를 거쳐 목원대로 편입해 졸업장을 받게 됐다. 그는 “4남매 가운데 장남인데 집안이 어려워 초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공장일, 점원일, 건축일, 택시기사 등 생계를 위해 안 해본 일 없이 다 해봤다”며 “장남을 가르쳤어야 집안을 빨리 일으켰을 텐데 하고 말씀하셨던 어머니의 회한을 나이 먹어서나마 풀어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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