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8시 광주 동구의 한 모텔 506호. 회사원 최모 씨(28)는 양초, 풍선, 장미꽃잎으로 침대와 방바닥을 꾸미기 시작했다. 양초 150개로 방바닥에 길을 만들었고 침대에는 하트 모양으로 꾸몄다. 양초는 ‘소주잔’ 크기였고 바닥에는 은박지를 붙였다. 그러곤 양초 150개에 불을 붙여 한껏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여자친구 김모 씨(27)의 생일을 축하하고 밸런타인데이를 즐기기 위한 촛불 이벤트였다.
그러나 촛불을 켜둔 채 김 씨를 데리러 나간 게 문제였다. 최 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침대 위에 놓아둔 촛불이 이불에 옮겨 붙어 12m²(약 3.6평) 크기의 방 전체로 번졌다. 30분쯤 후 모텔에 먼저 들어온 김 씨는 5층 복도가 연기로 가득 찬 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소방차 12대에 소방관 36명이 출동한 끝에 불은 24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모텔 방은 모두 불에 타 1900만 원(소방서 추산)의 피해를 냈다. 다른 투숙객 2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실화 혐의로 최 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를 기쁘게 해주려고 한 건데 이렇게 큰 불이 날 줄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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