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입시에서 ‘커먼 애플리케이션(Common Application·공통원서)시스템’의 도입 이후 중복 지원이 늘어 10년 전보다 입학경쟁률은 2배가량 늘었다. 지원자가 많아지다 보니 대학들은 합격자 선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원자들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서너 달을 애태우며 지원 대학의 연락을 기다린다.
최근 지원자들을 힘들게 만드는 이런 ‘희망고문’의 사례가 더 늘었다. 대학에서 미국 대입 수시전형(Early Round) 지원자들의 합격 발표를 정시전형 모집 기간까지 연기하기 때문. 대학들은 합격 여부를 바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와 다른 정시 지원자들과 비교가 필요하다는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수시전형 지원자들의 최종 평가를 정시전형까지 미룬다.
실제로 2013∼2014학년도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대의 수시전형 지원자 중 정시전형까지 최종 평가가 미뤄진 경우는 각각 68.1%, 57.6%, 78.9%였다. 불합격 통지를 바로 받고 ‘희망고문’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지원자는 소수다.
그중에는 추가적인 재평가를 위해 합격 발표가 연기된 지원자도 있다. 하지만 정시전형까지 합격 여부 결정이 미뤄진 지원자 중에는 결과는 이미 나왔는데 합당한 이유 없이 발표가 미뤄지는 경우가 상당수.
왜 미국 최상위권 대학들은 수시전형 최종 합격 발표를 정시전형까지 늦추는 걸까. 정시전형 지원자들의 실력이 수시전형 지원자들보다 낮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미국 대학 입시에 대학마다 다른 지원 서류를 한 가지 양식으로 통합해 지원하는 원서 접수 방식인 공통원서가 도입되면서 중복지원이 늘어나 10년 전보다 미국 대학 입학 경쟁률이 2배 증가했다. 이처럼 중복지원이 가능해지면서 합격하더라도 실제 등록하지 않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졌으므로 수시전형 지원자들을 최대한 붙잡아두는 것.
최근 스탠퍼드대는 이러한 미국 대학 입학 관행을 벗어나기 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받는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내신문인 스탠퍼드 데일리에 따르면 올해 스탠퍼드대의 수시전형 합격률은 10.8%. 타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합격률 15∼2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스탠퍼드대는 수시전형 지원자 중 8.5%만 정시전형까지 최종 심사 일정을 연기했다. 나머지 80.7%에게는 바로 불합격 통지를 보냈다. 정시전형까지 재심사할 가능성이 낮은 지원자들에게 대학의 결정을 일찍 알린 것이다.
이 같은 스탠퍼드대의 행보는 수시전형 지원자의 78.9%에게 모호한 결과를 통보하고 오직 1.3%의 지원자에게만 불합격 소식을 전한 프린스턴대와 대조적이다.
미국 대학 입시의 희망고문은 정시전형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시전형에서는 ‘대기자(wait-listed)’ 추가 합격이 6월에 발표되기 때문이다. 중복지원이 많아지면서 실제 대학 등록률을 예측하기 어려워 최대한 많은 대기자 수를 확보하려는 대학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예일대의 경우 올해 3만992명의 역대 최다 지원자 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 정원 1350명 가운데 이미 735명이 수시전형으로 합격해 정시전형 합격률은 2.5∼3%대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들이 최선의 지원자를 선발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만큼 지원자들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시와 정시 지원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 최종 합격 발표 일정이 연기된 수시전형 지원자, 정시전형 대기자 명단에 오른 지원자는 대학별 특성에 맞춰 자신을 어필해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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