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폭탄 테러로 숨진 충북 진천중앙교회 신도 김홍열 씨(63·여)의 딸 윤성희 씨(36)와 수희 씨(34)를 비롯한 유족들은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 17일 충북 진천군 진천읍 읍내리 집 앞에서 만난 윤성희 씨는 붉어진 눈으로 “아이들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울고불고했다”며 “속상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숨진 김 씨의 제부 강모 씨(60)에 따르면 김 씨는 7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알로에 판매점에서 판촉 일을 하며 아들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 강 씨는 고인에 대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며 봉사도 많이 해 주변에 덕을 쌓았던 분”이라고 말했다. 진천중앙교회 권사로 임명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김 씨는 2, 3년 전부터 성지 순례를 가기 위해 지인들과 함께 차곡차곡 곗돈을 모았다. 윤성희 씨는 “엄마가 뜻이 있어서 해외에 나간 것인데, 그 뜻을 왜곡하지는 말아 달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이드로 동행했다가 테러에 희생된 김진규 씨(35)는 2011년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지난해 12월까지 서울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를 지냈다. 김 씨는 성지 순례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으며 중동 지역 선교를 희망해 다음 달부터 선교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이번 여행에는 지인의 부탁으로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사고 이틀 전인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분에게 성지를 선물합니다”라며 성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형 진혁 씨(37)는 “진규가 삼형제 중 막내라 평소 가족들도 애틋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진천중앙교회는 17일 하루 종일 비통한 분위기였다. 현지 여행자 가족, 신도, 교회 관계자 등은 이날 오전부터 교회 사무실과 예배당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부상자들의 쾌유를 기원했다. 오전 5시에는 평소처럼 월요일 새벽기도가 열렸다. 기도회에 참석한 50여 명의 신도들은 눈물을 훔치며 묵묵히 예배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천중앙교회는 신도가 700∼800명 되며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몇 년 전부터 이번 순례 행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김 씨의 유족인 아들과 딸, 사위와 교회 관계자 등 7명은 김 씨의 시신을 인도받기 위해 18일 오전 1시 비행기로 이집트로 출발했다.
이번 성지 순례 여행을 주관한 두루투어 여행사는 아침부터 유리문에 흰 종이를 붙여 내부를 가린 후 문을 굳게 닫았다. 두루투어 대표 김모 씨는 오전 8시 28분경 사무실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나 “할 말이 없다”며 황급히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 여행사가 출발 전 나눠 준 여행 안내서에는 현지의 정정 불안이나 테러 위험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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