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핀 3000개 게임머니 장사에 도용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0일 03시 00분


인터넷서 건당 4000원 구매… 게임아이디 만든 30대 입건

전직 요리사 정모 씨(38)는 지난해 5월 18일 한 웹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판다”는 글을 찾았다. 인터넷 도박게임을 즐기던 그는 ‘타인의 정보로 게임사이트 회원에 가입한 뒤 게임머니를 사고파는 장사’를 할 생각이었다. 정 씨는 인터넷 메신저로 ‘중국에 사는 조선족’이라는 사람으로부터 1500만 원을 주고 아이핀(I-PIN) 정보 3800개를 샀다. 아이핀은 인터넷 개인 식별번호로 주민번호 유출 방지, 신분 확인을 위한 것이며 전자상거래, 사이트 가입에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정 씨는 지난해 7월 2일부터 4개월 동안 광주 광산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타인 명의 아이핀 3000개로 N게임업체 회원으로 가입해 게임머니 장사를 했다. 아이핀으로 새 게임자명을 만들고 계속 썼지만 피해자들은 명의도용 사실조차 몰랐다.

정 씨는 지인 범모 씨(45)에게 지난해 10월 남아있는 아이핀 정보 800개를 400만 원에 되팔았다. 한 달간 게임머니 장사를 하던 범 씨는 광주의 한 PC방에서 “아이핀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위에 자랑을 하다 정 씨까지 꼬리가 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9일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사용한 혐의로 정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 씨는 “6300만 원을 투자해 게임 아이템 장사를 하려 했는데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정 씨 등이 쓴 타인의 아이핀 정보가 어떻게 불법으로 유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아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핀 발급은 휴대전화 확인, 신용카드 정보 기재, 인터넷 뱅킹 등으로 쓰이는 범용공인인증서 사용, 사무실 방문 등 인증업체의 신원확인을 거쳐야 한다. 개인 아이핀 인증업체 3곳 중 1곳은 최근 신용카드 정보 유출사태를 일으킨 직원이 근무한 곳이다. 경찰은 아이핀 불법 인증이 신용카드 정보나 인증업체 관련자료 유출, 대포폰 이용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아이핀#게임머니#게임아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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