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자율형사립고 확대 정책이 도입된 이후 특목고, 자사고 틈바구니에서 ‘을’로 전락해 버린 일반고의 현실을 꼬집는 말이다. 상위권 학생들은 특목고와 자사고로, 일찌감치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특성화고를 선택한다. 이 때문에 일반고는 대학 진학 성적도 바닥권이 많다. 특히 지역균형선발마저 없는 수도권 일반고 가운데에는 한 해 서울대를 한 명도 못 보내는 곳도 수두룩하다.
이런 가운데 학교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전략으로 2014학년도 입시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둔 일반계 고교들이 있다. 서울 강남학군에서 비선호 학교였던 서울 서초고, 교육부 지정 과학중점학교인 경기 부흥고와 사교육 취약지인 서울 강북의 대진고다. 세 곳 모두 3학년 담임교사를 비롯한 진학 교사들의 노력과 맞춤형 진로진학지도, 교과과정 외 심화탐구반 등으로 이번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거뒀다.
○ 다양한 진로진학 프로그램 개발
서울 서초고는 강남에 있지만 주변 명문고들에 밀려 그동안 비선호 학교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학 진학 결과가 주변 고교에 비해 매년 뒤처지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이 학교 입학을 기피했고, 이로 인해 입시성적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난해 교장이 새로 부임하며 교감을 비롯한 교사들은 진로진학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학생들은 학교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에 시큰둥했지만 지속적인 홍보와 교사들의 노력으로 진학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학생이 늘어났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대상 진로진학 프로그램도 1년 동안 11번이나 열었다. 이대영 서초고 교장은 “일반고도 교사의 역량이 특목고 교사만큼 우수하지만 진학상담 부분에서 부족해 수업은 잘하고선 학생에게 길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기존에 두루뭉수리하게 진행했던 진학 상담을 맞춤형 상담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올해 서울대 사회학과를 수시일반전형으로 입학하는 소현성 군(19)은 “밤늦게까지 추천서를 써주셨던 선생님에게 감동받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줬던 1년 위 선배들의 조언이 슬럼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14학년도 입시에서 서초고는 최근 10년 동안 최고의 대학진학 성적을 거뒀다. 서울대 11명(수시 7명, 정시 4명), 연세대 13명, 고려대 11명, KAIST 1명, 의예과 6명이 합격한 것. 지난해 서울대 진학생이 6명인 것에 비하면 2배 가까이로 오른 셈이다.
○ 심화탐구반으로 수시전형 노려
경기 안양시 부흥고는 2년 전만 해도 졸업생의 23.7%가 수도권 4년제 대학 및 전국 주요 이공계열 대학에 진학했던 평범한 일반고였다. 하지만 2013학년도 입시에서 이 수치가 40%대를 기록하고, 이번 입시에서는 졸업생의 50%가 수도권 4년제 대학에 진학해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이 때문에 평준화 지역임에도 인근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로 급부상했다.
부흥고의 진학 비결은 3년 전부터 꾸준히 열어온 과학중점학교 프로그램이다. 부흥고는 학생들의 진로희망을 바탕으로 과학·수학 심화탐구반, 토요탐구반, 각종 캠프 등을 열었다. 특히 과학·수학 심화탐구반은 대학별 심층면접을 대비한 수업으로 학생들의 호응이 높았다.
학생이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도록 방과후 희망하는 학생끼리 4명이 팀을 짜 지도교사와 함께 과제연구를 했다. 학기말에 발표대회를 열어 우수팀을 가렸다.
올해 순천향대 의대에 입학하는 우영훈 군(19)은 “1, 2학년 때부터 꾸준히 참가한 심화탐구반에서 배운 내용들이 3학년 때 도움이 많이 됐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자율학습실에 계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미안해서라도 야자(야간자율학습)를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하영미 부흥고 3학년 부장교사는 “3학년 교사들 간 팀워크가 좋아 변화하는 입시제도에 발 빠르게 대처했던 데다 심화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실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과학중점학교인 서울 노원구 대진고는 교내에 있는 서울과기대 연구소 분소를 활용해 학생들과 지역 대학 교수, 대학원생들이 함께 연구하는 대학연계 프로그램을 개설해 진학률을 높였다. 임관철 대진고 교감은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연구하고 조사하며 공부하는 습관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태연 학부모는 “학교 내에서 하는 프로그램 위주로 참여해 사교육에 크게 기대지 않고도 서울대 의대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학교 전체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이번 입시에서 서울대 11명, 고려대 연세대 36명 등 졸업생의 50%가 서울지역 대학에 합격했다. 이태열 대진고 교장은 “예산 부족으로 대부분의 일반고에서는 기본적인 수업과 자율학습 정도만 하게 된다”며 “일반고도 충분한 지원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훨씬 나은 진학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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