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에 비해 감정이 예민한 아이들은 나쁜 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유년기에 가정에서 언어폭력을 경험하면 우울증과 지능지수(IQ) 감소, 정신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최지욱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뇌의 확산텐서 자기공명영상(DTI·물분자의 운동을 이용해 뇌의 신경세포를 영상으로 촬영하는 진단법)을 이용해 7∼13세에 가정 내 언어폭력을 경험한 20∼25세 여성 16명과 남성 4명을 진단한 결과 정상인과 비교해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 경험한 부모의 언어 학대는 뇌의 전뇌, 측두부, 대뇌변연계 등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섬유로의 악화를 초래한다. 뇌가 욕설이나 질타 등 유해한 신호를 접하면 감각중추의 발전을 저해해 정상적인 뇌 활동에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에는 뇌의 성장과 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해외에도 유사한 연구 결과가 있다. 하버드대 의대 마틴 타이커 교수팀이 미국 정신건강의학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어린 시절 언어폭력을 당한 사람들은 뇌의 특정 부위가 위축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어린 시절 언어폭력을 당한 성인 63명의 뇌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뇌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들보(뇌량)와 감정,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가 위축되어 있었다. 이 경우 언어능력이나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고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
언어학자들은 보통 생후 18개월을 전후해 부모의 언어습관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고도흥 한림대 언어청각학부 교수는 “생후 18개월은 ‘언어가 폭발하는 시기’로 본격적인 언어 인지능력을 갖게 된다”면서 “영유아기에 듣는 부모의 공격적인 언어는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지만 정작 말을 한 부모는 이를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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