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왕곡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박석문 씨(55)는 바쁜 농사철을 앞두고 표정이 밝다. 농협이 운영하는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서 필요할 때마다 일손을 지원받아 적기 영농을 할 수 있게 된 것. 그는 지난해 6월 하루 평균 2, 3명씩 고용해 양파 수확 작업을 했다. 박 씨는 “일손이 한참 달리는 5월 중에 중개센터에 의뢰해 7명 정도 지원받아 볍씨를 모판에 뿌리는 작업을 할 계획”이라며 “1인당 인건비가 민간 인력시장보다 3만 원 정도 싸 농가 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 도시의 남은 인력을 농촌으로…
전남은 고령화 속도가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빠르다.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고령화 통계’에 따르면 전남지역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 176만2000명 가운데 37만6000명(21.4%)이다. 이는 전국 고령자 비중(12.2%)보다 9.2%포인트 높은 수준.
전남지역 65세 이상 고령자 성비(여자 100명당 남자인구)는 63.0명이며, 2000년(59.6명)에 비해 3.4명 높아졌다. 성별 고령자 비율은 남성이 16.7%, 여성이 25.9%. 전남은 이미 고령자 비중이 1989년 7%대, 2001년 14%대에 도달했다. 2010년 특별시 및 광역시를 제외한 9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제일 먼저 20%대에 진입했으며 2040년에는 42.5%로 2배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고령화와 이농 등으로 농어촌에서는 일손 부족 현상이 심각하지만 도시에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유휴 인력이 넘쳐나고 있다.
농협이 도시의 남는 노동력을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공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전남지역 21개 농협 시군지부 농정지원단에는 농촌인력중개센터가 개설돼 있다. 농촌인력중개센터는 농가와 인근 도시의 유휴 인력을 연결해 주는 일종의 ‘복덕방’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인력중개센터가 처음 개설된 것은 지난해 7월. 농협전남지역본부는 지난해 12월까지 도시의 유상 인력 750명과 농촌봉사활동 등 무상 인력 720명 등 1470명을 농가에 소개해줬다.
○ 농협은 농촌인력중개 ‘복덕방’
농가의 반응도 좋다. 담양군 고서면에서 감나무를 대규모로 재배하는 정인숙 씨(60·여)는 필요할 때마다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이용한다. 정 씨는 지난해 11월 한 달간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서 5명을 지원받아 감 수확 작업을 큰 어려움 없이 끝낼 수 있었다. 정 씨는 “매번 수확 때가 되면 웃돈을 주고도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었다”면서 “인력중개센터 덕분에 농사짓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며 고마워했다.
농협전남지역본부는 올해를 ‘농촌인력중개사업 도약의 해’로 정하고 농촌에 제공하는 인력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농협은 도시 일자리 참여 인력을 3700명까지 확대하고 연간 유·무상 인력 5만 명 중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21개 시군지부와 지역 153개 농·축협이 인력풀을 구성해 상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도시 유휴 인력의 작업 능력, 숙련도 등을 조사해 활용하기로 했다. 또 농사 경험이 있는 도시 근로자나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인력채용 설명회를 열고 취업정보센터, 시군 읍사무소 등 행정기관과 연계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일자리 참여자는 농촌인력중개센터를 방문해 신청서에 일할 곳과 작목, 일정, 연락처 등을 적어 제출하면 농협이 해당 농가와 연결해 준다. 별도 소개비가 없고 농협에서 안전사고에 대비해 상해보험 가입 혜택을 제공한다. 농업인은 민간 인력시장에서 일손을 구할 때 부담하던 수수료(하루 임금의 10%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 박종수 농협전남지역본부장은 “농촌인력중개센터는 일자리 창출과 농촌인력 부족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도농 상생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말했다. 문의 061-289-713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