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목숨을 끊은 데 이어 2일과 3일 경기 광주시와 동두천시, 서울 강서구에서도 생활고와 병에 시달리던 가족이 함께 생을 포기하는 일이 이어졌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3일 오전 8시 40분경 광주시 초월읍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인테리어 기술자 이모 씨(44)가 딸(13·지체장애 2급), 작은아들(4)과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부인(37)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방에서는 번개탄 5개와 소주 2병이 발견됐고 문틈을 테이프로 막은 흔적이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 씨의 카카오톡에 “저세상이 보인다”는 글이 남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전처와 사별하고 2010년 재혼했지만 올해 1월 별거하면서 큰아들(18) 등 세 자녀를 홀로 돌봤다. 지인들은 “이 씨가 2009년경 은행에서 1억 원을 대출받아 현재 주택에 입주했지만 이자를 갚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겨우내 일감이 많지 않아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부부끼리 다투다가 “죽어버리겠다”는 말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지체장애 딸을 돌보는 일도 이 씨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주변에서 “장애인 시설로 보내자”고 권유했으나 이 씨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두천시 상패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던 주부 윤모 씨(37)가 2일 오후 7시 45분경 세 살배기 아들과 15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동두천경찰서에 따르면 윤 씨 품 안에서 발견된 종이에는 형광펜으로 “너무 힘들다. 죽어서까지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2, 3년 전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여 집을 나가거나 “죽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경찰은 윤 씨 아들이 “엄마” “할아버지” 등의 단어만 간신히 말했던 점으로 미뤄 윤 씨가 우울증과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주택에서는 2일 오후 5시경 간암 말기인 택시운전사 안모 씨(57)와 아내 이모 씨(55)가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강서경찰서는 안 씨가 병세를 비관해 아내와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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