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 진행으로 논란에 휩싸인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 공채 과정에서 실기심사 당일 심사과목이 갑자기 추가되고, 채점 과정에서도 파행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31일 심사 과정을 목격한 서울대 교수 및 음대 학생들은 3일 “비정상적인 행태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 음대 교수에 따르면 원래 계획에 없었던 ‘질의면접’이 심사 약 1시간 전 갑자기 추가됐다. 당시 총 5명의 성악과 교수 중 A 교수와 B 교수가 이를 요구했던 것. 두 교수는 공채 1주일 전 열린 학장회의에서도 같은 요구를 했지만 김영률 음대 학장이 “공채공고에 없던 질의면접을 도입할 수 없고 서류심사가 원칙이다”라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 당일 다시 두 교수가 이를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공채가 무산될 상황에 처하자 백승학 교무부처장이 “받아주자”고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대 관계자는 “이 때문에 응시자들이 당일 질의면접을 고지 받고 당황했다”고 전했다. 노래와 교수법 심사가 끝난 뒤 치러진 질의면접에서는 이를 요구한 두 교수만 질의를 하고 나머지 세 교수는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심사장에 있었던 한 교수는 “질문이 신동원 테너에게 집중됐다”며 “김영률 학장이 ‘신 테너 청문회를 하는 것이냐, 그만하라’고 제지했다”고 밝혔다. 신 씨에게 한 질문은 주로 1단계에서 이미 심사를 거친 지원 자격에 관한 것이었다.
두 교수가 공채 기밀서류에 속하는 채점지를 심사장인 음대 콘서트홀 밖으로 들고 나간 사실도 드러났다. 오후 6시가 넘어 심사가 끝나자 A 교수와 B 교수는 자신들의 채점지를 들고 함께 심사장을 나가 화장실로 갔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교수들이 “채점지를 갖고 나가면 안 된다”며 제지하면서 소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 10분 뒤 심사장으로 돌아온 두 교수는 “여기서는 채점할 수 없다. 지원자 서류를 검토하겠다”며 지원자 서류가 있는 음대 건물로 갔다. 나머지 성악과 교수 세 명은 심사장에서 채점지를 봉인해 김 학장에게 전달한 상황이었다.
이지영 부학장 등의 참관하에 음대 건물 휴게실에서 서류를 살펴보던 A 교수와 B 교수는 채점지를 가지고 A 교수의 연구실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오후 7시경부터 9시 10분까지 밖에서 다른 교수들이 “채점지를 갖고 나와라. 이러면 안 된다”며 문을 두드리고 소리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약 2시간이 지나서야 나온 두 교수는 ‘심사를 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내고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사태는 교무부처장 등 본부 관계자도 지켜본 가운데서 벌어졌으나 서울대 본부는 아직까지 진상조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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