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스케치]‘별그대’ 김수현이 앉았던 학림다방 창가서 차 한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5일 03시 00분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왼쪽)이 장영목 변호사(김창완)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장기를 두는 장면. SBS TV 화면 촬영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왼쪽)이 장영목 변호사(김창완)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장기를 두는 장면. SBS TV 화면 촬영
“저 자리가 바로 드라마 주인공들이 앉았던 자리잖아요. 꼭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만난 대만 관광객 장밍셴(張名賢·30·여) 씨.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열혈팬이다. 휴가기간에 한국으로 여행을 온 것도 ‘별그대’ 촬영지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그는 극중 주인공 도민준(김수현)과 조력자 장영목(김창완)이 앉았던 다방의 창가 쪽 자리를 보며 연신 감탄했다.

‘별그대’가 중국 등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속 주요 촬영지인 학림다방이 한류관광지로 재조명받고 있다. 도민준과 장영목이 고풍스러운 다방에서 대화를 하거나 장기를 두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하면서 학림다방은 이들이 30여 년간 이어온 우정을 상징하는 장소가 됐다. 서울 신촌의 만화방, 경기 가평의 쁘띠프랑스 등은 ‘별그대’ 촬영지를 찾는 이들에게 꼭 들러야 할 ‘명소’인 셈. 드라마 방영 후 우리나라 젊은 고객들도 부쩍 늘었다.

특히 ‘별그대’ 열풍이 강한 중국에서 온 관광객과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많이 찾는다. 성균관대 대학원에 다니는 중국인 리쓰쓰(李思思·25·여) 씨는 “중국에 있는 친구들 중에 드라마를 보고 이 다방에 와보고 싶다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며 웃었다. 리 씨 역시 경기 수원에서 대학을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친구가 와보고 싶다고 해 지난달 26일 이곳을 함께 찾았다. 이날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 8명이 번갈아 앉아가며 사진을 찍는 등 드라마에 나온 창가 자리는 빌 틈이 없었다.

1956년 문을 연 학림다방은 ‘서울대 문리대 제25강의실’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서울대생들이 즐겨 찾던 명소였다. 진보 지식인과 독재 저항세력이 모여 철학과 예술을 논하기도 했다. 1975년 서울대가 관악구로 이전한 뒤에도 김지하, 이청준, 천상병 등 문인들과 연출가 김민기, 소리꾼 임진택 등 예술인들의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금도 복층으로 이뤄진 다방 내부에는 지나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1990년대 들어 세련된 현대식 카페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대학시절 이곳을 찾았던 중년층이 다시 찾아오며 다방은 명성을 이어왔다. 이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등의 촬영지로 소개되며 젊은 고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번에 ‘별그대’ 촬영지로 알려져 한류 관광객까지 찾아오면서 58년 고객변천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

1987년 4번째로 다방을 인수한 이충열 대표는 “‘별그대’ 촬영 후 다방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정말 많이 늘었다”며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기쁜 일이지만 관광객 때문에 학림다운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jaj@donga.com·최혜령 기자
#별그대#김수현#학림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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