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이재흥 관장 “대전, 문화공간에 더 관대해지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7일 03시 00분


제주로 옮기는 아주미술관 이재흥 관장 “마음 편치 않다”

“저는 비록 떠나지만 대전시민이 문화공간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지길 바랍니다.”

중부권 최대 사설미술관인 아주미술관(유성구 화암동)이 대전을 떠난다. 이재흥 관장(61·사진)은 최근 기자를 만나 이를 확인했다.

2004년 5월 개관해 중부권의 수준 높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아주미술관의 ‘탈(脫)대전’은 지역에서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7년간 대전에서 목회활동을 했던 목사 이 관장은 왜 대전과 등지는 걸까.

이 관장은 신학대 재학 때인 스무 살 때부터 예술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과 러시아, 중국, 일본, 중남미 등을 돌며 회화와 도자기, 조소, 역사유물 등 사재를 털어 모은 예술품은 약 2만 점.

미술관 건립은 그의 꿈이었다. ‘아시아의 뮤지엄’이라는 뜻으로 아주미술관을 ‘과학의 메카’ 대덕연구단지에 세웠다. “대전의 근간은 과학이고, 과학의 기반은 정신적인 에너지입니다. 그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를 통해 충전의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아주미술관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니었다. 전시기능뿐만 아니라 공연장과 작업장, 놀이터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전통 한옥도 건립해 외국인 관람객들이 전통차를 즐기며 한국을 향유토록 했다. 2005년에는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작가들의 진품 전시회도 열었다.

예상치 못한 시련도 있었다. 미술관 내에서 식음료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수차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진입로 개설 문제를 둘러싸고 대전시의 특혜 의혹에 휘말렸다. 미술관 운영 중 자금난을 겪던 2012년 11월 한 투자자와의 송사에 휘말려 사기 혐의로 구속돼 8개월간 감옥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몸과 마음의 상처는 깊기만 했다.

“미술관을 옮기겠다고 하니 제주지역 곳곳에서 ‘도와줄 게 없느냐’고 찾아왔습니다. 제주도 아주미술관 이전은 순조롭게 진행돼 내달 초 노형동에서 개장할 예정입니다.”

이 관장은 조만간 대전에서 퇴거한 뒤 가족과 함께 주민등록지를 제주로 옮긴다. 그는 “대전을 떠나게 돼 마음이 편치 않다. 특히 아이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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