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기 위해 도선사들이 배를 타고 접근하고 있다. 정부는 2009년 도선사 응시자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한국도선사협회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해양경찰청 제공
1월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우이산호 원유부두 충돌 기름유출 사고를 계기로 현행 도선사(導船士)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16만 t급 유조선인 우이산호가 통상 선박들이 운항하는 속도(시속 5km 안팎)보다 2배 이상 빠른 약 13km로 부두에 접안하다가 충돌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도선사 2명과 선장을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 조사 결과 이 도선사들은 선장 경력이 각각 7년, 23년에 이르는 베테랑인데도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이번 사고가 나자 지난달 18일 도선사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도선사 면허를 받으면 갱신 절차 없이 정년까지 유지하는 현재 규정을 바꿔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주기적 교육을 의무화하고, 면허를 갱신할 때 적격 평가제도를 도입해 도선사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면허 등급도 현행 1, 2급에서 1∼4급으로 세분할 계획이다.
하지만 해경은 이번 기회에 도선사 면허 응시 자격을 더 전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선사는 대형 선박이 항만이나 운하 등에 입출항할 때 선박에 탑승해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인천항 43명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50여 명에 불과한 도선사들이 연간 10만 척이 넘는 선박을 도선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11개 항만별로 구성된 도선사회가 도선한 선박만 12만9893척에 이른다.
현행 도선법에 따르면 ‘6000t급 이상 선박에서 5년 이상 선장으로 근무한 경력을 갖춘 해기사’는 누구나 도선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경은 주로 수천 t급 상선이나 화물선 등을 운항했던 선장 경력자가 10만 t이 넘는 대형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 광석선 등을 접안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500t급 이상 외국 선박이나 국제 항해에 나서는 한국 선박 등은 의무적으로 도선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도선사 자격시험을 선박의 종류나 규모별로 나눠 전문적인 지식과 항해술을 갖춘 인력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응시자격을 세분해 항해 능력에 대한 평가 과정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장으로 근무한 경력도 10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저축은행중앙회가 발간한 격월간지 ‘저축은행’에 따르면 바다의 파일럿으로 불리는 도선사의 평균 연봉은 1억539만 원으로 대기업 고위임원(1억988만 원)과 국회의원(1억652만 원)에 이어 3위에 오를 정도로 고소득 직종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등을 졸업한 뒤 3등 항해사로 시작해 선장이 되려면 15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20년 가까이 배를 운항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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